2020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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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 (6) 교회와 사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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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세상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짓고 있다. 혹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기원전(B.C.)과 기원후(A.D.)만큼이나 세상 사람들의 삶을 바꿔 놓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어떤 형태로 전개되고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교회와 사회의 관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교회가 사회와 맺을 새로운 관계를 고민할 때 준거가 되는 것이 가톨릭 사회교리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교회가 사회를 대함에 있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코로나19가 교회의 사목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시대에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이들은 누구이며 그들에게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봐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가난한 이들이라고 할 때 흔히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난민 등이 꼽힌다. 단기계약 노동자, 이주 노동자를 포함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사회에서 나와 가까운 이웃 누군가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저임금을 강요받는 이들이다. 사회 구조적으로 자기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약자들이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 신부(서울 이문동본당 주임)는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사회 가난한 이들이 처한 현실을 ‘비대면 경제’의 명암(明暗)에서 찾았다. 박동호 신부는 “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럼으로써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려면 ‘비대면 경제’의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신부가 말한 ‘비대면’은 단지 경제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시대에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규정하는 핵심개념이다. 코로나19로 230여 년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모든 교구에서 미사가 중단됐고 미사가 재개된 지금도 신자들은 제한된 여건에서 다른 신자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야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 사람들의 ‘대면’이 원천적으로 막히거나 제약을 받으면서 한국사회는 ‘비대면’ 방식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박 신부는 “이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대면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생활의 대부분을 편리하게 해결하게 되면서 비대면 경제가 사회의 대세로 각광 받고 있다”며 “비대면 경제 뒤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높은 노동 강도와 저임금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특정 택배업체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해당 택배업체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사례를 예로 들어 “비대면 경제의 혜택을 누리는 대다수의 시민들과 그로부터 이윤을 얻는 기업주 뒤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대면 노동’에 내몰린 가난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평신도 신학자 황종열(레오) 박사는 사회의 가난을 경제적 기준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먼저 짚은 뒤 “자발적 가난은 자기 존재를 실현해 가는 역동적 과정이지만 ‘비자발적 가난’은 경제와 문명, 의료, 영성 등 모든 영역에서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고 해석했다. 황 박사는 비자발적으로 가난에 처한 이들은 작은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기 쉽고, 특히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경제와 문화, 의료, 심리적인 면에서 훨씬 더 큰 충격과 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회 안에서 사회와는 다른 존재 양식을 지닌 교회가 코로나19 시대에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교회는 전통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고 이들에게 물질적, 정서적 지원을 해 왔다. 이것은 교회의 본질에 속하는 일면이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당연히 지속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현 시점에 특히 요청되는 교회의 의무로 ‘교육’을 꼽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넓게 보면 재물은 많지만 영혼이 가난하고 마음이 완고한 이들도 교회가 잊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라며 “한국교회는 교회 공동체를 대상으로 해야 할 ‘교육’이라는 지적·영적 자산을 지난 수십 년간 창고에 가둬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허례허식적인 행사나 이벤트보다 가난한 자, 약자들에게 신앙의 정수를 알려 주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대사회적 복음 메시지 선포와 더불어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황 박사도 1970~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초까지 가톨릭교회가 지역 사회 가난한 이들을 위해 야학을 운영했던 전통을 떠올리며 “코로나19 시대에는 신앙인들이 연대해 기초 학습 역량을 갖추지 못한 지역민들 특별히 어린이들을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치 영역에서 교회 역할도 요청됐다. 박동호 신부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듯이 기업에 한시적으로라도 고용 창출을 위한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면 노동자들은 같은 임금을 받으면서 근로 시간과 강도를 줄일 수 있다”며 “한국교회가 의견을 모아 정치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천 노동사목부 조대원 사무처장

‘코로나19 사태’ 확산된 이후부터 부당해고·임금체불 등 상담 증가
“가난한 이들일수록 더 큰 고통받아”


인천교구 노동사목부 조대원(바르나바·49) 사무처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모든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더 가난한 이들일수록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조대원 사무처장은 인천교구 노동사목 분야에서만 20여 년째 일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민, 파견 노동자 등이 겪는 부당해고와 임금체불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조 사무처장은 “가톨릭 사회교리의 근간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지만 사회에서는 코로나19로 기업 운영이 어려워지자 가난한 이들이 우선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부당해고와 임금체불 상담이 부쩍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한국인 노동자보다는 이주 노동자가, 이주 노동자 중에서는 합법(등록) 노동자보다 불법(미등록) 노동자나 파견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사례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사무처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가난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여한 부분에 대해 “코로나19 초창기에 마스크조차 구입할 수 없었던 인천교구 내 이주노동자들을 돕고자 지역 신자들이 마스크와 소독제를 구입해 그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을 했다”며 “금액면에서는 소액일지 몰라도 ‘위로가 필요한 곳에 위로를 준다’는 교회의 아름다운 모범을 사회에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조 사무처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폐지를 줍는 노인과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한국교회는 노동사목을 포함한 사회사목을 특수사목이 아닌 ‘보편사목’으로 인식하고 사회사목 기능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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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6-3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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