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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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스테이’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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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신부)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대수도원장 유덕현 아빠스)가 공동으로 ‘수도원스테이’의 문을 연다. 경남 고성 11만 평 너른 대지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숲속 수도원과 피정의 집, 잠시마나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멈춰서 한숨 돌려본다. 그제야 ‘나’ 자신이 보인다. 왜 이렇게 숨차게 달리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러니까 왜 사는지. 수도원스테이, 그 해답이 다가오는 시간이다.



깊은 들숨과 날숨, 속이 ‘뻥’ 뚫리는 듯 상쾌하다. 고성수도원 입구에 들어서면 싱그러운 숲내음이 가장 먼저 ‘나’를 향해 환영인사를 한다. 수도원에는 마리아 마을, 요셉의 집, 베타니아 등 세 개 피정시설이 조성돼 있다. 수도원스테이 참가자들은 각 집과 마을의 1인실을 사용한다. 작은 방이지만 냉방시설에 갖가지 편의시설을 골고루 갖췄다.

방에 얼른 가방만 밀어 넣곤 발을 조이고 있는 신발부터 벗어던진다. 대신 끌어다 신은 수도원 고무신. 말랑말랑 고무신 속에서 발가락부터 곰틀곰틀 신이 났다.


#멈춘다

일상을 잠시 멈췄다. 1박2일간의 수도원스테이. 온전히 나를 위한 쉼을 기대해본다.
“오늘 하루를 기쁘게 살며 당신께 즐거움을 드리게 하소서.”

한 수사님의 기도소리 같은 이 말이 귓전에 오래 맴돈다.
그동안 나의 하루는 어떠했을까. 쉼 없이 뛰고 달리고. 그랬더니 계속 못 보던 것이 있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멈추니 내가 보인다. 왜 달리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스스로에게도 물어본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 필요가 있을까?

“수도자는 온종일 기도만 해도, 사제는 온종일 신자들만 도와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입니다. 내가,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 필요가 있을까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이상적인 꿈만 꾸다가, 지금 내 모습을 잃어버린다면 지금 내가 누려야 할 작은 행복들을 외면한다면 그것이 행복일까요?”

유덕현 아빠스의 조언이다. 특히 유 아빠스는 쉰다는 것은 본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말한다. 잠시 쉬면 자기 자신을, 삶의 의미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머문다

마을과 집으로 불리는 각 피정시설마다 경당이 들어서 있다. 시원하고 아늑해 한 번 발을 들이니 좀처럼 나가고 싶지 않다. 여기선 하느님 외에 누굴 만날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된다. 밖은 사방이 숲이다. 숲속 오솔길로 들어서자 그늘을 만들어주는 키 큰 나무들 덕분에 한여름 땡볕 걱정은 어느 틈엔가 사라진다. 나무 사이로 불어드는 시원한 바람줄기들은 덤이다. 초록색, 연두색, 녹색, 청록색, 명록색, 유청색…. 온갖 푸르름이 다 모여 있다. 그 사이사이에서 산수국과 치자꽃, 백일홍 등이 저마다의 색과 향기를 뽐내기 바쁘다. 돌아서니 숲길, 돌아서면 꽃길이다. 멈춰 서니 자연도 보인다.

조금 더 용기를 내 고무신도 벗어본다. 뽀스락대는 잔디풀, 발바닥을 간질이는 흙, 가끔씩 콕콕 쑤셔대는 자갈돌을 느끼며 산림욕을 만끽한다. 120m 지하에서 퍼올린 암반수와 수도자들이 20가지 천연오일과 사향꿀, 프로폴리스를 비롯해 30여 가지 약초 등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 물비누 사용도 고성수도원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수사들과 함께하는 식탁에는 친환경 먹거리가 그득하다. 십 수 년 발효시켜 보약 마냥 귀한 갖가지 과일효소들도 이 수도원에서만 맛볼 수 있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1988년 고성으로 수도원을 옮기고 지난해 아빠스좌(대수도원장좌)로 승격되는 시기를 거친 32년 간, 이곳 수도자들은 한 번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 그렇게 소중히 가꿔온 자연을 수도원스테이를 통해 ‘모든 이들’을 향해 활짝 열었다.











#함께한다

왱그랑 뎅그렁 울리는 종소리, 찌르르 짹짹 산새들의 지저귐에 잠이 깬다. 사부작사부작 성당으로 올라간다. 수도자들의 성가소리도 더없이 청아하다. 난생 처음 바치는 성무일도지만 수도자들의 기도소리에 기대어 함께 하니 자신이 생긴다. 식사는 침묵 속에 이어지지만 지루하지 않다. 내내 들려오는 성경 봉독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고성 수도원에서 누리는 또 하나의 특별한 시간, 렉시오 디비나다. 렉시오 디비나는 ‘성령과 함께 말씀으로 기도하기’ 정도로 풀어볼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독서가 아니라 기도다. 먼저 성경말씀을 듣는다. 누구든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대답을 하게 되는 것처럼, 어느 틈엔가 하느님과 주고받는 대화가 시작된다.

수도원스테이 참가자들을 위해 특별히 대수도원장인 아빠스와의 만남의 시간도 마련된다. 원하는 이들은 개인 면담과 고해성사도 할 수 있다. 이곳에선 수도자들도 수도원도 자연도 기꺼이 내가 나를 만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되어준다.

“이 넓은 땅에서 왜 큰 농사를 안 지으세요?”

“기도하려고요.”

우문현답이다. 수도자들은 기도하느라 하루가 바쁘단다. 새벽 독서기도를 시작으로 아침기도, 미사, 3시경, 6시경, 9시경, 저녁기도, 끝기도. 수사들과 함께 해보니 그리 어렵지 않다. 수도자들은 기도를 잘 하는 방법은 따로 있지 않다고 한다. 단지 절실한 마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필요한 것을 말하고 또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 기도의 열쇠라고 말한다.

“하느님을 만나지 않고서, 내가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잠시 멈추고 나를 찾으면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다른 모든 것들은 곁들여 받게 됩니다. 이곳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은 고요함 안에서 베네딕토 성인께서 추구하신 ‘하느님만을 찾는’(Quaerere Deum) 매일을 살아갑니다. 산책하고 묵상하기 좋은 넓은 생태환경 안에서 공동 전례를 중심으로 렉시오 디비나 피정과 영적 동반을 통해 손님을 환대하고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하느님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기도 체험, 저희의 그 작은 영적 체험을 여러분들과 나눕니다.”(유덕현 아빠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사진 박원희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7-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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