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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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기도로 참먹거리 생산하는 농민들 ‘뚝심’, 소비로 지원합시다

농민 주일 - 친환경 농산물, 농민의 손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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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생산하는 우리 농산물이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민들이 땀과 기도로 생산한 농산품과 가공품이 소비자를 애타게 기다린다. 제25회 농민 주일을 맞아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소비자에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과 어려움을 살펴본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생산자 - 가톨릭농민회


생산 주체인 가톨릭농민회(이하 가농)는 14개 교구, 66개 분회, 700여 회원 농가가 활동 중이다.(2019년 12월 기준) 친환경 농법으로 저마다 유기농 제품을 생산한다.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유기농 농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 식탁을 ‘생명의 밥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명감 때문이다.

가농 회원이나 가농이 실시하는 생명 교육을 받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품과 이 농산품을 이용해 생산한 2차 가공품 등은 우리농에 출하할 자격을 얻는다. 이후 심의선정위원회를 거쳐 통과한 제품만 우리농에 납품할 수 있다. 1차 농ㆍ축산물, 2차 가공품, 생활용품 등 종류도 500여 가지에 이른다.



유통ㆍ판매 - 우리농


가농 회원들이 수확한 농산물은 경기도 남한산성면 물류센터 등에 집결한다. 가톨릭농민회 교구 연합회는 연합회별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2차 가공품을 물류센터에 내려놓은 뒤 자신의 교구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품을 트럭에 실어간다. 입고에서 출고까지는 안정된 유통망을 자랑하지만, 문제는 소비다. 코로나19로 본당 나눔터 등이 폐쇄되면서 소비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적으로 올해 1~4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12 감소했고 금액으로는 16억 원이 줄었다. 부산ㆍ광주ㆍ전주ㆍ수원교구 등 본당 나눔터를 중심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교구일수록 타격이 컸다.

다만 서울대교구의 경우 우리농을 통한 판매 수익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본당을 중심으로 한 판매량은 46 감소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판매와 유치원 급식 등 교육 기관을 통한 판매가 30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판로 다변화를 꾀한 게 주효했다.

손성훈(라파엘)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 물류사업국장은 “서울시 송파구 급식 사업 위탁에 응모해 위탁자로 선정됐다”며 “교회 내에서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우리농 제품을 납품하고 몇몇 시설에도 비정기적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배송 체계를 구축한 것도 한몫했다. 서울 우리농은 자체적으로 물류 배송 시스템을 갖춰 10대의 차량이 각 구를 돌며 월~금요일까지 신선한 농산물을 배송한다. 손 국장은 “3년 전부터 준비한 게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선호 현상과 맞물리며 성과를 보고 있다”며 “지역 교구의 경우 준비 단계에 있지만 시간과 인력, 비용 문제 등으로 매일 배송 체계 구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

생산과 유통을 거친 물품은 전국 264곳의 우리농 매장으로 납품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본당 매장은 문을 닫은 곳이 많지만, 우리농 홈페이지를 통해서 제품 구입이 가능하다. 서울(www.wrn.kr)의 경우 오전 8시 이전에 물건을 주문하면 이틀 후에 받아 볼 수 있다. 전날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집 앞에 물건이 도착하는 ‘새벽 배송’이 유행인 시대에 배송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농의 경우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의 폐기율을 낮추고자 ‘주문등록-생산지 출고-입고-배송’하는 방식으로 100 소비 원칙에 따르고 있다.

우리농 회원으로 가입하면 매장에서 제품 구매 시 1 할인 혜택도 있다. 먹을거리에 관한 교육과 도농 교류 행사 참여 자격도 주어진다. 회원 가입비는 3만 3000원이다. 이 가운데 예치금 3만 원은 탈퇴할 때 돌려준다. 각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 신청이 가능하다.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 정한길 회장



“코로나19로 농산물 판로까지 막혀 가톨릭농민회원은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 농업과 농산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꾸러미 사업’ 등 펼쳤지만 한계 있어

정한길(베네딕토, 60, 안동교구 풍양농촌선교본당) 가톨릭농민회장은 “공동체 미사 중지로 본당에서 우리 농산물을 판매하는 나눔터 매장의 농산물 공급도 중단돼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교구별 자구 노력으로 농산물을 모아 판매하는 ‘꾸러미 사업’을 해보았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친환경 농업은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일이기에 교회 내에서도 사목의 하나로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에 더 관심을 두면 좋겠다”며 “교회 내 학교나 병원, 복지기관 등에 우리 농산물 사용을 권장하고 신자들도 우리농 물품의 소비로 생명 살리기 운동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소비 촉진과 더불어 근본적인 농업의 안정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푸드 플랜(food plan) 수립, 농민수당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차원에서 30년 동안 우리밀 살리기에 나섰지만 자급률이 0.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식량 수출을 금지하는 나라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1.7에 그치고 있다”며 농산물 품목별 생산 목표치를 법제화해 식량 자급률을 올리고 농업 공동체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1.5℃ 상승하면 쌀 생산량도 많이 떨어질 것”이라며 “농사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축산도 경축 순환농법으로 전환해 더욱 완전한 생명 농업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MO 완전 표시제 시행해야

GMO(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정 회장은 “가정 간편식이 늘면서 GMO 수입이 연간 900만t, 1인당 소비량이 45㎏에 달한다”며 “간편식에 어떤 재료가 사용되는지 유통을 위해 어떤 보존재가 쓰는지 살펴보지 않고 편리성만 추구하면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GMO 완전 표시제를 시행하여 국민이 자신이 먹는 식품에 대해 알 권리를 되찾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며 “교회 공동체도 생명운동 차원에서 GMO 농산물의 폐해를 신자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가농 회원들은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사람들”이라며 구성원들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지혜를 모으자고 했다. 이어 “도시 생활 공동체 여러분의 기도와 성원으로 살아간다”며 농민 주일을 맞아 소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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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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