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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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안이 가진 윤리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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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장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장애인, 성별, 연령, 고용형태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법들이 있지만, 더 넓은 차원에서 포괄적인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발의된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교회의 가르침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윤리적 문제를 불러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인정하는 법안

인간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교회 안팎을 막론하고 마땅히 막아야 하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언뜻 차별금지법안은 교회의 가르침 상으로도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교회는 “인간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또는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서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사목헌장」 29항)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안이 차별의 범위에 해당하는 23가지 항목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의 가르침에 반한다.

법안은 성적지향이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감정적·호의적·성적으로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으로, 성별정체성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혹은 표현을 말하며, 자신이 인지하는 성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상황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인종, 종교, 학력 등 다른 항목과는 별개의 문제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의 차별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성소수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이 지닌 성향, 즉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것이기 때문이다.

법안의 정의에 따르면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와 그 성적인 관계들이 동등하게 인정받는다. 또한 법안은 고용이나 시설 이용, 행정서비스 이용, 교육내용 뿐 아니라 다른 법률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우리나라 법 전반에 폭넓게 반영됨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학교 성교육 시간 중 성적 관계를 가르친다면, 부부의 관계만 가르치고 동성애 행위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차별이 되고, 법에서도 동성이나 트렌스젠더 간의 결혼제도가 없는 것이 차별이 되는 셈이다.


■ 차별금지법안에 따른 윤리적 문제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있어 차별하지 않는 것과, 그들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이라는 성향을 인정해 차별하지 않는 것에는 넘을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의 인정은 하느님이 사람을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창세 1,27)는 성경의 말씀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혼인제도와 가정을 파괴하는 위험성을 안기 때문이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의 개념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이라는 ‘젠더’(gender) 개념에서 기인한다.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개인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따라 성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

교회는 성적지향, 바로 ‘동성애’가 “윤리적 무질서”에 속한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사랑의 기쁨」을 통해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와 상호성을 부정하고, 성에 따른 차이가 없는 사회를 꿈꾸며 가정의 인간학적 기초를 없앤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성 윤리상의 특정 문제에 관한 선언」에서 “교회는 동성애 행위가 부부애의 성적 표현과 대등하거나 이와 동등하게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가 가정의 본질과 그 권리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가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92년에는 성적지향을 담은 차별금지법에 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지적한 「동성애자 차별 철폐 법안 관련 답변에 관한 일부 고찰」을 발표, “한 인간의 성적성향은 인종, 성별, 연령과 동일시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 “동성애자들은 한 인간으로서 다른 모든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만, 객관적 무질서 행위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권리는 합법적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역시 보편교회의 맥락과 같이 차별금지법이 처음 대두되던 2007년부터 꾸준히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윤리신학자 이동익 신부(서울 방배4동본당 주임)는 “성별의 차별과 성적지향의 차별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성적지향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그 자체로 동성애를 합법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교회는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윤리적 무질서로 규정하고 있지만, 성소수자들이 이런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 자체를 단죄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동성애 등의 성향은 비윤리적이지만, 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 그러나 동성애 행위를 한다면 윤리적으로 부당하다.

그렇기에 교회는 자연에 반하는 성적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배려로 다가가 성향이 행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가르친다. 교회는 성소수자들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이들의 인격을 해치기보다 성소수자들이 지닌 성향과 관련된 그릇된 견해들을 배척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그 자유를 수호해야 함을 역설한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동성애자 사목에 관하여 가톨릭교회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오늘날 교회는 인간을 하나의 ‘이성애자’ 또는 ‘동성애자’로서 구분하기를 거부한다”며 “모든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어 그 은총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영원한 생명의 상속자가 된 근본 신원을 지니고 있다”고 전한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는 “성소수자 분들이 지닌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인격으로 그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하고,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성소수자들의 성향이나 범위가 다양하다보니 그분들을 ‘존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성향에 따른 권리들의 주장은 존중의 문제와는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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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7-2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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