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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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봉헌식 앞둔 원주교구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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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교구가 충북 제천 배론성지 내에 건립한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 전경. 윤준환 작가 제공

▲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 내 성가정성당 모습. 백색 공간의 성당에 고요함과 신비로움이 묻어난다.

▲ 누구나 성체조배실에서 고요히 기도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기도하는 공동체다. 기도를 빼놓고는 신앙을 논할 수도 없고, 각자의 믿음을 성장시키기도 어렵다. 그러나 어느 때부턴가 신앙인들은 기도를 잊고 산다. 바쁘게 사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이고, 하느님께 무언가 한마디 청하는 것조차 망설여지게 됐다.

이에 원주교구가 한국 교회 신자들의 기도생활을 돕고자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를 세웠다. 신앙생활의 바탕을 이루는 기도의 의미를 다시금 익히고, 기도를 통해 각자가 하느님을 만나도록 지어진 새로운 영적 공간이다.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봉헌을 앞두고 있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배론성지에 자리한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를 미리 다녀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배론성지가 품은 기도 공간


“누구든지 언제든지 와서 교회가 가르치는 모든 기도를 배우고 실천하자.”

원주교구가 건립한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의 이념이다. 기도학교는 다양한 종류의 가톨릭 기도를 다시금 깊이 익히고, 묵상하고, 바쳐보며 하느님과 만나고 일치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2018년 원주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첫 삽을 뜬 기도학교는 지난해 말 완공해 문을 열었다.

신해(1791년)ㆍ신유(1801년)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이 농사짓고, 옹기를 구우며 생활했던 교우촌 위에 조성된 배론성지가 기도학교를 품고 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백운산과 구봉산 자락 한가운데 아름드리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 성지는 1801년 황사영(알렉시오)이 토굴 속에서 백서를 쓴 곳이자, 한국 교회 두 번째 사제인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묘소가 있다. 순교자들이 숨어서 바친 기도 소리와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당’에서 울려 퍼지던 기도가 이제 기도학교를 통해 이어지게 된 것이다.

기도학교는 연면적 약 6800㎡, 건축면적 약 3700㎡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성당과 강당, 성체조배실, 기도 정원을 비롯해 한 번에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2인 및 4인용 숙소 100여 실과 식당을 갖추고 있다. 설계는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가, 시공은 두산건설이 맡았다.

기도학교는 △기도 △친교 △교육 공간으로 구분 지어 설계됐다. 가장 중요한 기도 공간을 위해 곳곳에 정원을 두는 여백의 미를 살렸다. 하늘에서 보면 ‘우물 정(井)’ 모양을 띤 기도학교는 가운데 중정(中庭)에 자리한 묵상의 정원을 비롯해 야외 로사리오 정원, 노아의 정원 등 곳곳이 홀로 또 같이 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중대형 강의실에서는 신자들이 기도가 뭔지부터 각 기도가 지닌 본래 내용과 의미 등 ‘기도의 맛’을 들일 수 있는 교육과 토론의 장을 열 수 있다.

작고 고요한 옛 성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성체조배실은 옅은 채광을 받으며 24시간 고요함 속에 잘 익힌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꾸몄다. 각 숙소에서는 성지의 사계절을 내다보며 묵상할 수 있다. 유럽의 수도원 내부를 연상케 하는 기나긴 복도와 휴게 공간에서는 신자들이 담소와 함께 기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새하얀 백색 공간 성당과 빛이 새어 들어오는 1층 회랑은 신비로움마저 자아낸다.



개인·단체, 자유롭게 피정 가능

개인 단체 누구나 원하는 주제와 형식으로 피정을 할 수 있고, 기도와 관련해 교육 프로그램을 의뢰해 참여할 수도 있다. 현재 사제와 수도자가 성경 및 기도 주제로 진행하는 신청형 피정도 접수하고 있다. 또 ‘쉼’, ‘순교자의 길’, ‘인생의 길’ 등을 주제로 개인이나 가족 평일 피정도 가능하다. 기도학교는 내년 가경자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과 연계해 순례와 함께하는 기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다. 가톨릭 기도의 역사와 배경을 깊이 공부하고, 나에게 맞는 기도를 찾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 주임 배달하 신부는 “기도학교는 우리 한국 교회의 역사와 전통, 신앙을 기도와 연계해 체험하고 익힐 수 있는 곳”이라며 “기도의 성격과 형태가 모두 다르듯이 각 개인에게 잘 맞는 기도를 찾아주고, 기도가 신앙생활에 활력소가 되도록 돕는 기도학교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는 8월 15일 오전 10시 30분 충북 제천 배론성지에서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한다.

피정 접수 및 문의 : 043-651-4563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 조규만 주교



“기도는 하느님과 우리를 잇는 끈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존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입니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는 7월 30일 교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3만여 명에 이르는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지어진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가 진정 하느님을 만나 대화하고, 기도 안에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도학교가 지어진 과정 또한 “기적과 같다”며 원주교구 사제단과 교구민, 서울대교구 등 도움을 준 이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원주교구는 기도학교가 문을 연 올해 ‘기도의 해’를 보내고 있다. 조 주교는 올해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를 주제로 한 교구장 사목 교서를 통해 “기도하지 않고서 그리스도인이라 말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기도하지 않고서는 구원받을 수 없다”며 기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 주교는 “로마 유학 당시 지도 교수님께서 하셨던 ‘한국에 가면 기도학교를 한 번 해보라’는 권유를 늘 가슴에 지녀왔다”며 “누구나 와서 기도하고 성체조배하고 성사에 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 뜻을 품은 지 30년 만에 이루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도학교’인 만큼 기도를 더 잘 알고 바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주교는 기도학교 설계 단계부터 기도와 교육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 실무자 및 기도학교 건축위원회 사제들과 논의하며 꼼꼼히 신경 썼다. 조 주교는 올해 벌써 두 차례 기도학교에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1박 2일 피정을 지도했다.

조 주교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소중한 친교를 나누고, 또 문제 해결도 함께 해나가듯이 우리는 기도로 하느님께 청원하고, 나아가 그분께 감사하며 친교를 나눌 수 있다면 기도의 의미를 더욱 드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 주교는 기도학교 봉헌식에 맞춰 가톨릭 주요 기도의 내용을 익히고, 스스로 묵상하며 바칠 수 있도록 집필한 「주님, 날마다 기도하게 하소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조 주교는 책에서 “기도는 아름다운 시간 낭비”라고 했다.

조 주교는 “현대의 시각으로 보자면 기도하는 시간이 비생산적이고, 시간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아무리 바쁜 삶 속에서도 자기 시간을 기꺼이 주님과 함께한다면 그만큼 아름다운 낭비도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기도는 신앙과 사랑을 성장시키는 최고의 표현입니다. 훗날 저는 하느님을 만날 때 ‘너는 세상에서 무엇을 했느냐’ 하고 질문하신다면 ‘제가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제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도학교에 오셔서 편안히 기도 중에 하느님을 만나고, 주님 사랑 키우는 아름다운 낭비를 함께해봅시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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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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