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교회 시각으로 본 ‘한국판 뉴딜’ 한계와 대안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한국은 한동안 경제성장 중심의 국가발전 시기를 지나왔다. 근현대사 속에서 한국은 고속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이면에는 여성과 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아 왔다. 더 이상 질적 도약과 창의적 발전,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전체 잠재 성장률은 저하되고, 국민의 삶은 불안해지고 있다. 낮은 출생률만큼 국민의 행복도도 낮아지는 전반적인 문제를 한국은 극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은 국민 모두가 손잡고 함께 혁신해서 이 어려움을 같이 이겨낼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가자는 취지로 추진된다. 가톨릭교회의 시각으로도 화합과 상생, 협력과 연대를 추구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내 노동현장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아직 부족하고, 기후위기 인식이 결여된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 디지털-그린-휴먼 뉴딜

문재인 정부가 7월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휴먼 뉴딜’을 축으로 추진된다.

디지털 뉴딜은 국가와 산업의 기반을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와 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DNA(Digital-Network-AI) 생태계를 강화한다. 그린 뉴딜은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풍력과 태양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전기차·수소차 보급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휴먼 뉴딜은 사람에 대한 투자와 교육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전 생애에 걸쳐 충실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기 위한 계획이다. 더 많은 취약계층이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


■ 저탄소? 탈탄소?

그린 뉴딜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2025년까지 73조4000억 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그린 뉴딜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구체적 목표가 없고, 석탄에너지 중심의 ‘회색 산업’을 축소하는 방안도 찾아볼 수 없다. 기존 친환경 사업의 나열에 그친 모양새다. 7월 28일 그린 뉴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가톨릭기후행동은 장기적이고 생태적이며 통합적 안목으로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에 대응해야 한다며, “그린 뉴딜의 목적은 ‘탈탄소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5년 내놓은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즉각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적 계획은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단기적 성장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178항)고 경고한 바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백종연 신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시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기후위기 대응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며 정부의 그린 뉴딜이 하루빨리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백 신부는 또 “지구 경제를 착취하면서 인간 사회의 경제만을 ‘성장’시키려는 노력은 결국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만들어왔다”며 “이대로 간다면 결국 인류와 지구상의 피조물들은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 멸종의 길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학자들의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동 없는 일자리 정책”

7월 20일 노동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한국판 뉴딜에 대해 “노동 없는 일자리 정책”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비정규직 문제,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 최근 급증하는 초단시간 일자리 증가, 연간 1000명 가까이 산재사고로 숨지는 현실 등 국내 노동현장의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한국판 뉴딜은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산업정책일 뿐 불평등 완화와 같은 사회전반적인 구조개혁 방안은 담겨있지 않다”고 밝혔다.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필요한 중장기적 정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교섭력도 강화가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의 책임 있는 근로감독과 정책 실현이 뒷받침돼야 한다.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이 1891년 발표한 가톨릭교회의 첫 사회교리 회칙이자 노동헌장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에도 “기본적으로 어려운 이를 보살피는 많은 단체들 중에 노동조합은 으뜸”(34항)이라며 “그것들을 존중하고 보존해야 하며 또 필요하다면 보호해야 한다”(36항)고 강조하고 있다. 「간추린 사회교리」도 “교도권은 다양한 직종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옹호하고자 결사나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관련하여 존재하는 노동조합의 근본적인 역할을 인정한다”(305항)며 노동조합과 그 연대성을 위해 교회가 나설 것을 주문한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비록 당장의 현실적 난제들이 즉각 해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정부는 마땅히 노동권을 확립하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팬데믹과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중장기 관점에서 다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특히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 정책은 소외된 이들을 위한 처방이었으며,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중점을 뒀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교회도 보완 도움줘야

한국판 뉴딜은 재정부담을 어떻게 해결할지, 기존의 정부 정책 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은 이제 시작 단계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이 정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어떤 정책목표를 지향할지, 어떤 정책대상을 염두에 두고 어떤 정책효과를 기대하는지에 대해 정부와 국민이 끊임없이 소통하며 정책을 보완해 나아가야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상황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인 교회”(「간추린 사회교리」 70~71항 참조) 또한 꾸준히 정책 방향과 내용에 대해 공감하면서 정부가 올바른 길을 낼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할 것이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8-0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5

이사 62장 5절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