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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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세례 받고 전역 후에도 꾸준히 신앙 이어가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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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뿌려진 씨앗은 언젠가는 싹을 틔운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통계 수치는 연도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20대 초반 청년 영세자 가운데 90 가까이가 군대에 와서 천주교를 처음 접하고 세례를 받고 있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5~6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예비신자 교리 후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많은 청년들을 가톨릭 신앙으로 이끈다는 긍정적 의미와 함께 세례 후 냉담하는 비율이 높다는 우려도 동시에 낳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 한 명의 군인에게라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려야 하고 이를 위한 군종신부들의 노고는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이다. 군인 주일(10월 4일)을 맞아 군에서 세례 받고 전역 후에도 신앙생활에 열심인 두 청년을 만났다.


■ 군종교구 상무대본당 출신 방극현씨

매주 미사 참례하며 신앙 키워
전역 후에도 스스로 성당 찾아


현재 서울 주교좌명동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방극현(그레고리오·23)씨는 군종교구 상무대본당 론지노성가대원으로 활동하던 같은 소대 분대장 권유로 상무대본당에 처음 나간 것이 계기가 돼 신앙의 길로 들어섰다.

2018년 2월에 입대해 육군 제2작전사령부 1118공병단 190대대에서 군생활을 한 방극현씨는 신병으로 부대에 전입한 첫 주부터 전역 당일까지 매주 빠지지 않고 상무대성당에 나갔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군복무 중 매주 빠지지 않고 주일마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특별한 체험입니다. 군성당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전역한 성가대원이 찾아와 행사를 도와주곤 했습니다. 전역한 병사가 군성당에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현역 때는 잘 이해가 안 됐지만 저 역시 지금은 다시 군성당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방씨는 상무대성당에 처음 갔을 때 이전까지 몰랐던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바로 세례를 받기로 결심했다. 예비신자 교리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군복무 중 신앙생활은 내적 성숙을 위해서는 물론 군생활에도 큰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단순한 군생활을 하다 보니 군성당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것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습니다. 토요일에는 성당에 나가 주일미사 준비를 하고 주일에는 미사 드리고 성당 청소와 정리정돈 등을 했습니다. 군생활 내내 주말이 더 분주하고 활기차다 보니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고마움을 잊지 못하는 사제가 있다. 상무대본당 주임이었던 최병규 신부(현 군종교구 진군본당 주임)다. 최 신부는 특히 상무대본당 ‘군종용사회’ 활성화에 힘을 기울였다. “최병규 신부님께서 군종용사회 회원들을 항상 배려하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에 지난 7월 최병규 신부님이 상무대를 떠나시기 전 마지막 미사에 참례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방극현씨는 2019년 10월 13일 전역 후 바로 서울 주교좌명동본당에 찾아가 스스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즐겨 부르던 군인성가를 미사에서 부르지 못해 어색하기도 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활동에 제한을 받지만 주일미사만큼은 빠지지 않고 봉헌하려 노력한다.

“상무대성당에서 함께했던 최병규 신부님, 론지노성가대 김화형(안드레아) 지휘자와 대원들, 군종용사회 회원들 모두 저를 신앙으로 이끌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코로나19가 끝나 다들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합니다.”


■ 군종교구 삼위일체본당 출신 장병오씨

병사 레지오 마리애 활동하며
군생활과 신앙에 큰 도움 받아


장병오(데메트리오·28·마산교구 진주 신안동본당)씨는 2017년 4월 병사로는 늦은 나이인 25세에 공군 775기로 입대했다. 계룡대 공군본부 정보체계관리단 소속 군생활은 중요 문서를 취급하고 실수가 큰 피해로 돌아오는 업무 특성상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삼위일체성당에 찾아갔다. 성당에서 배우는 예비신자 교리는 재밌었고 교리가 끝나고 세례를 받겠다고 결심했다. 미사 중 듣는 강론은 군생활 하면서 힘들었던 마음을 잡는 데 힘이 됐다.

“저는 미사에서 제일 기대되는 부분이 신부님 강론이었습니다. 군성당에는 병사들과 간부들이 모여 있고 서로가 생각하는 좋은 강론의 기준이 다른데 신부님께서 병사와 간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강론을 하셨습니다.”

장병오씨가 군복무 하면서 특히 신앙생활에 큰 도움을 받았던 활동은 ‘병사 레지오 마리애’였다. 군종교구 삼위일체본당에는 병사들로만 구성된 레지오 마리애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군성당에서 정말 좋았던 점 중 하나가 병사 레지오를 전역할 때까지 쭉 했던 것입니다. 주일미사 후 점심 먹고 바로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게 아쉽더라고요. 성당 일을 돕고 싶기도 했고 다른 신자들과 친분을 쌓고 싶은 욕구도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레지오가 훌륭한 역할을 했지요. 레지오 내에서 신앙적인 얘기, 개인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제 군생활에 활력이 됐습니다.” 레지오 단원들과 충남 서산 해미읍성으로 성지순례를 가서 천주교 탄압 과정에 대한 역사를 배우고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던 기억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레지오에 대한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2019년 4월 1일 전역하고 4개월 지나 계룡대에 가서 레지오를 방문했습니다. 전역하고 나면 군생활 했던 곳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저는 지금도 레지도 단원 형제들, 담당 수녀님 등과 연락하고 지냅니다.”


군생활 하는 동안 힘들 때마다 나광남 신부(공군본부)에게 상담을 통해 위로 받았던 고마움을 잊을 길이 없다. “군생활로 너무 힘들 때 처음 상담을 해 주셨던 분이 나광남 신부님이셨고 이후에도 항상 편안하게 대해 주시면서 위트 있는 말씀으로 어려운 군생활을 헤쳐 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전역 후에는 진주 신안동성당에 다니고 있다. 민간성당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또래들과 신앙생활 하던 군성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성당에서 활동하기가 더욱 힘들다. 장병오씨 “코로나19가 공동체 의식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종교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하루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신자들이 같이 얼굴을 마주하며 마음 편히 미사를 드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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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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