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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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날 특집] ‘코로나19 시대’ 더 큰 고통 겪는 이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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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보였던 국제결혼은 이제 흔해졌고 외국인과 섞여 일하는 일터도 많아졌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다양한 나라 출신 외국인들과 마주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이웃’이 된 것이다.

교회는 인간 존엄성에 기초해 누구도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얼굴색과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 안으로 스며든 이주민과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발생 이후 서로 간 경계는 더 심해졌다.

이민의 날을 맞아 오늘날 이주민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 이들과 동반하는 교회 모습을 살펴 본다.



■ 코로나19로 이주민과 간극 더 벌어져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은 2007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이래, 매년 증가해 2019년 10월 기준 248만 명을 넘었다. 전체 인구 대비 약 6인 30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다문화사회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UN 등 국제 인권기구들은 한국의 이주민 인권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해 왔고 2018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수용성 점수는 52.81점으로 2015년에 비해 오히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국민들 마음은 얼어붙었고 이주민들에 대한 경계와 차별은 더 심해졌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김수정(루치아) 상담 간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주민들 스스로가 접근을 꺼려한다”며 “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리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더 크게 받고 쫓겨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려움에 숨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로나19에 확진된 이주민은 극소수다.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의정부엑소더스(위원장 이정훈 신부) 강슬기 활동가는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 확진자가 거의 없다는 것은 선주민과 이주민이 단절돼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 국민에게 나눠 준 코로나19 정부 재난지원금도 이주민들에게는 선별적으로 지급됐다”면서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들이 배제됐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조차 없는 이들도 있다”는 현실을 전했다.


■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을 통해 본 이주민 현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마자 일이 끊겼습니다. 다행히 한국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고비입니다.”

9월 20일 의정부 녹양동성당(주임 정현준 신부)에서 봉헌된 베트남어 미사에 참례한 응우엔 반화(요셉·32)씨는 오늘날 자신의 상황을 이같이 고백했다. 3년 전 한국으로 건너 온 반화씨는 목수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일정 금액을 보내고 부인과 함께 성실히 살아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일을 할 수 없게 돼 최소한의 생활비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의정부엑소더스 소속 베트남 출신 쿠엔 티 킴 티엔(루치아) 활동가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지만, 이주민들은 이방인으로서 겪는 차별이 더해져 고통이 배가 된다”고 밝혔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보험 적용 문제다. 미등록 외국인에게는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이주민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치료 금액에 다다른다. 지금은 사회 전체가 건강 문제에 민감해져 있어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티엔 활동가는 “이주민들의 경우 여러 가지 여건으로 미등록 외국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지곤 한다”며 “종교, 사회단체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사각지대에서 드러나지 않고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언어의 한계로 인한 소통 문제도 이들을 고립시킨다. 같은 날 베트남어 미사에 참례한 밤 티 쥐엔(마리아·23)씨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데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힘들고 코로나19로 더 혼자 있게 됐다”며 “긴급재난 문자도 한글로 오기 때문에 번역 한계를 느낀다”고 밝혔다.

녹양동본당에서 베트남어 미사를 담당하고 있는 응우엔 반 도안 신부는 “저도 신부가 되기 전 강원도 공장에서 일한 이주노동자였다”며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주민으로서 무엇보다 힘든 점은 언어로 인한 한계와 건강 보험 문제”라고 토로했다. 도안 신부는 “그렇기 때문에 이주민들을 배려하고 돕는 교회 모습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고 신앙 안에서 위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 동반하는 교회

이주민과 난민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언급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이민의 날 담화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하고 내쳐지고 소외당하며 거부당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모든 이에게 전한다”며 이주민에게 구체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곧 이해하고 다가가며 함께 나누자는 당부다.

한국교회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교통수단 발달로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간파하고 이주민들 곁에서 시작부터 함께해 왔다.

이주사목위원회는 전국적으로 국가별 공동체와 쉼터, 상담센터 등을 마련해 이주민들 필요에 응답하고 있다.

김수정 간사는 “예전에는 이주사목위원회 활동이 노동과 임금 문제에 주안점을 뒀지만 법과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개선돼 3~4년 전부터는 이주민들이 대부분 의료 문제로 도움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료 보험 적용이 안 된 이주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민간단체들과 협력하는 등 지원 방안을 모색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생계가 힘든 이주민들에게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쌀을 비롯한 긴급 식품 키트를 수시로 나눠주고 있다. 또 민간단체들로부터 지원 받은 의료물품과 마스크, 소독제, 분유, 기저귀와 같은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도안 신부는 “생계유지를 위한 금전적인 부분과 물품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차별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교회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오해가 쌓이고 간극이 벌어지면서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 이주민 현실”이라며 “교회 안에서 문화도 서로 나누고 도와주면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신철 주교도 올해 이민의 날 담화에서 “지금 한국사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해결이라는 과제뿐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동시에 받고 있다”며 “지금 우리 옆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주민을 돌아보고 그들의 슬픔을 기쁨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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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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