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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30주년 평가 학술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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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유희석 신부, 이하 연구소)가 지난 30년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활동방향과 계획을 세우는 데 밑거름을 삼는 자리를 가졌다.

연구소는 11월 14일 오후 2시, 의왕 오전동 수원교구 제2대리구청 교육관에서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30주년 평가’라는 제목으로 제52차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발표회는 1991년 개소된 연구소가 내년 설립 30주년을 앞두고 지난 30년 동안 걸어 온 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평가회 자리였다.

발표회는 ▲토착화 ▲종교 ▲복음화 ▲델파이조사 4부분으로 나눠 연구소 30주년 평가를 한 후 종합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착화 부분은 유희석 신부와 황경훈(바오로) 박사(우리신학연구소), 종교 부분은 최영균 신부(수원교구 안양 호계동본당 주임)와 고계영 신부(작은형제회), 복음화 부분은 이현숙 수녀(마리아의전교자프란치스코회), 델파이조사 부분은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소장)가 각각 맡았다.



■ 토착화 부분

유희석 신부는 토착화 부분 첫 번째 발표에서 천주교와 개신교, 성직자와 평신도를 망라해 토착화를 다룬 논문 18편의 요지를 살피고 논문들이 한국교회 토착화에 기여한 내용을 평가했다.

유 신부는 논문 18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한국교회 토착화 작업의 올바른 방향 설정을 위해서는 성경, 특히 구약성경에 관한 연구성과가 절실히 요청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착화적 입장에서 바라볼 때, 신약성경을 연구한 작품들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구약성경에 관한 연구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상대적 열악함이 더 커 보였다고 덧붙였다.

유 신부는 아울러 토착화 연구가 신학의 특정 분야에서 연구될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연구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즉, “연구 방향이 과거의 전통을 살리되 오늘의 현실상황을 염두에 둔 조화로움이 있어야 더욱 현실성 있는 연구가 되리라 본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경우 대체로 교의 분야에서 토착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다른 신학 분야 연구가 태부족이고 현장감을 살리는 작업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황경훈 박사는 토착화 부분 두 번째 발표에서 “토착화 개념과 관련해 나가사키 교회 문제를 다룬 테라오 카즈요시의 문제의식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뒤, “사회경제적 토착화로 개념을 확장해 내는 것을 한편으로 하면서도 기존 종교문화 토착화도 과거 전통종교나 문화로의 뿌리내림이 아니라 현대인과 호흡하고, 현대의 다양한 문화 가운데 하나로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제안으로 소개했다.

황 박사는 토착화 신학의 미래에 대해서는 상호적인 종교문화 간 신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과 신학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 종교 부분

최영균 신부는 한국에서 그리스도교와 불교 간 대화가 경쟁에서 화쟁으로 변화돼 온 흐름을 짚고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도교 토착화 전망을 내놨다.

최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는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갈등적 만남을 가졌다면 현대에는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만남이 화쟁적으로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리스도교와 불교 및 원불교 간 대화를 교리, 영성(수행), 사회적 실천 측면에서 분석, 평가하고 세 가지 방향으로 토착화를 전망했다.

첫째 토착화 신학의 방법으로서 종교간 대화 노력은 그리스도교의 현지 적응과 민중들의 삶에 공감을 얻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둘째, 토착화 신학에서 이뤄지는 종교간 대화는 종교의 공공성 역량 확대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종교간 대화 안에서 이뤄지는 토착화 신학은 한국학(Korean Study) 혹은 지역학(Area Study)적 관점이 고려됨으로써 한국신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계영 신부는 그리스도교의 토착화 관점에서 비춰 본 토마스 머튼 영성을 소개하면서 토마스 머튼 영성이 한국교회 토착화 신학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고 신부는 지난 30년 가까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발표된 토마스 머튼에 관한 논문 17편을 ‘소중한 신학적 결실’로 바라보면서 “토마스 머튼의 종교 다원적인 영성에 대한 탐구는 그리스도교 신비의 토착화라는 시대적인 요청에 응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 복음화 부분

이현숙 수녀는 한국교회의 현재 상황을 “한국교회가 성장의 정점에서 질적인 성숙의 부족으로 인해 내적으로 침체현상을 보이는 시기”라고 풀이하면서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과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이 사목에 적용돼야 함을 계속해 촉구했다”고 연구소의 지난 30년 활동을 요약했다. 또한 “연구소는 새로운 복음화가 토착화와 직결돼 있다는 통찰을 한국교회에 소개했다”고 평가했다.

이 수녀는 연구소가 향후 나아갈 방향과 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공동체, 청소년, 가정, 영성과 치유 등 사목적 쇄신 주제들 각각이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요인 측면에서 보다 세부적으로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교회 안에는 복음화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남성과 여성, 성직자와 평신도, 교구와 단체들 사이에 상이한 이해관계들이 존재하는데 그리스도사상연구소는 이러한 ‘다름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수용하고 같은 방향을 향해 매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새로운 시대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의 기운을 공유해야 한다”며 “연구소가 신비를 삶으로 구현하려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40대 연구원을 영입할 것을 적극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 델파이 조사 부분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는 토착화 연구에 매진해 온 연구소가 앞으로 할 일로 “토착화가 한국 신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구현돼 왔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 연구 방향으로는 연구소가 ‘한국가톨릭사상사’ 연구에 힘써야 한다면서 한국교회사연구소와 협업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 박사는 “한국교회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연구소인 한국교회사연구소에 230여 년 전 한국인들이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후 어떻게 살아 왔는지 데이터베이스화가 잘 돼 있지만, 한국교회사연구소에는 역사신학을 전공한 학자가 적어 ‘한국가톨릭사상사’를 연구하기 쉽지 않아 그리스도사상연구소가 교회사 연구물들을 토대로 한국가톨릭사상사를 써 보는 것을 제안 드린다”고 밝혔다. 두 연구소가 지속적으로 공동 세미나를 진행하면 양자에게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박 박사는 “연구가 깊어질수록 한국교회의 현재는 상당 부분 과거의 연장이라는 사실을 더 깊이 인정하게 된다”며 “신자들이 취하는 사소한 몸동작 하나, 관습 하나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토착화 신학자들도 교회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델파이 조사’(Delphi Research)란 전문가들의 집단적, 직관적 판단을 존중하며 특정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과 예측을 시도하는 질적 연구방법을 말한다. 박 박사는 “오늘 발표자들의 연구 결과를 1차 델파이 결과로 간주하고 여기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들만 제안을 통해 조사보고를 대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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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1-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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