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한 아버지 섬기는 형제 교회, 삼위일체 교리 논쟁으로 분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 하나인 믿음, 가톨릭과 정교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하느님께서 한 분이시듯 믿음도 하나이고 교회도 하나이다. 그리스도교는 거룩하고 보편되며 하나이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하느님의 백성임을 고백한다. 사진은 그리스도인 일치 주간 기도모임에서 한국 정교회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델리스 조그라포스 대주교가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한 분이시듯 믿음도 하나이고 교회도 하나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로 갈라져 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5월 정교회와 개신교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경과 교회의 거룩한 전통이 교회 일치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갈라진 형제들 간의 화해와 교회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맞아 가장 가까운 형제인 가톨릭과 정교회(동ㆍ서방 교회)의 분열과 일치를 위한 과정을 정리했다.



하나인 교회

베드로 사도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 베드로 대성전에는 교황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임을 상징하는 ‘사도좌’가 있다. 이 사도좌를 네 명의 교부가 굳건하게 받치고 있다. 앞의 둘은 가톨릭(서방 교회)을 대표하는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고, 뒤쪽은 정교회(동방 교회)를 대표하는 요한 크리소스토모와 아타나시오 성인이다. 동ㆍ서방 교부들이 사도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성령 안에서 항상 신앙은 하나여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표현하고 있다.

주님께서는 열두 사도 가운데 베드로를 으뜸으로 뽑아 교회를 세우셨다. 교회는 ‘예수께서 구세주이시다’는 복음을 땅끝까지 선포하고, 주님의 부활을 체험한 사도들의 신앙 유산을 대대로 계승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교회는 강림하신 성령의 이끄심으로 처음부터 수많은 언어와 문화, 민족과 나라를 거치면서 줄곧 한 분이신 주님께 받은 유일한 신앙을 고백했다. 이 신앙은 하나의 세례를 통해 전달되며, 모든 사람이 오로지 한 분이신 아버지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는 확신에 뿌리박은 신앙이다. 그래서 교회는 ‘거룩하고’, ‘보편되며’, ‘하나이고’,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하느님 백성임을 고백한다.

교회가 일치하고자 하는 것은 본질상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도들로부터 이어받은 한 신앙에 대한 고백,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성사의 공동 거행, 성품성사를 통한 사도적 계승이 하나인 교회를 보장하는 일치의 끈이다.



교회의 분열과 보편 교회 신앙 고백문

하나인 교회는 크게 두 차례 분열됐다. 1054년 동ㆍ서방 교회가 완전히 분열돼 가톨릭과 정교회로 나뉘었고, 16세기 종교 개혁으로 또다시 신ㆍ구 교회가 갈라졌다.

하나인 교회가 분열된 가장 큰 원인은 ‘정통 교리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리스 철학으로 그리스도교 신앙 교리를 해석하려 했던 학문적 충돌과 교회와 국가의 결합을 꾀하려 했던 정치적 이유가 자리했다.

3세기 동안 박해를 당하다 4세기에 신앙의 자유를 극적으로 얻은 그리스도교는 아이러니하게 정통 교리 문제로 위기에 빠진다. 특히 그리스도와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교리 논쟁은 교회 분열을 일으켰다. 이에 교회는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를 시작으로 제1차 콘스탄티노폴리스(381년)ㆍ에페소(431년)ㆍ칼케돈(451년) 공의회를 잇달아 열어 삼위일체 하느님의 동일한 본성과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 신성과 인성이 결합해 있음을 부인하는 모든 이단을 배격하고 정통 교리를 확립했다. 교회는 이렇게 확립한 정통 교리를 보편 교회 신앙 고백문인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으로 선포했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의 헬라어 본문이다. “한 분이신 하느님, 전능하신 아버지,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저희는 믿나이다. 또한 하느님의 외아들,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모든 시대 이전에 성부에게서 나셨으며, 빛에서 나신 빛, 참하느님에게서 나신 참하느님,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본질이 같으시며, 그분을 통해 만물이 생겨났으며, 저희 인간 때문에, 저희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시고 성령과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이 되시고 인간이 되셨으며, 저희를 위하여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고난을 겪으시며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에 따라 사흗날에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가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영광 속에 다시 오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으리라 믿나이다.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고, 성부에게서 발하시며,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같은 흠숭과 같은 영광을 받으시고,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신 성령을 믿나이다. 하나이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를 믿나이다. 저희는 죄를 용서하는 유일한 세례를 고백하나이다. 저희는 죽은 이들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기다리나이다. 아멘.”(주교회의, 「덴칭거-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ㆍ선언 편람」 150.)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헬라어로 작성되었다. 그래서 서방 교회는 정통 교리의 일관성을 자세히 드러내고 스페인에 남아있던 아리우스 이단을 단죄하기 위해 589년 제3차 톨레도 교회회의를 열어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성자에게서(filioque, 필리오퀘)’를 첨부해 성령은 성부에게서만 발하시는 게 아니라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고 선언했다.

‘성자에게서’는 동ㆍ서방 교회뿐 아니라 신학자들 간에 격렬한 신학 논쟁을 초래했다. ‘성자에게서’는 교황 수위권(首位權) 등 여러 신학 논쟁과 함께 동ㆍ서방 교회의 갈등이 깊어지는 요인이 됐다. 867년 콘스탄티노폴리스 포티우스 총대주교는 ‘성자에게서’를 신경에서 삭제할 것을 교황에게 공식 요구했다. 동방 교회의 요구가 강해질수록 서방 교회는 ‘베드로 사도좌’와 ‘교황 수위권’을 내세워 ‘성자에게서’를 정통 교리로 선언했다.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다.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는 자신의 관할 교회에서 라틴 전례를 금지했고, 서방 교회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에게 ‘세계 총대주교’라는 칭호를 폐기하고 ‘성자에게서’가 들어간 신경을 공식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급기야 1054년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는 교황 특사를, 교황 특사는 총대주교를 서로 파문하기에 이르러 하나인 교회가 ‘가톨릭’과 ‘정교회’로 분열하고 말았다.



가톨릭과 정교회의 화해와 일치 모색

교황과 동로마 제국 황제는 리옹(1274년)과 피렌체 공의회(1439년)를 통해 화해를 모색했다. 동방 교회가 ‘성자에게서’의 신경 삽입은 거절했으나 그 교리는 승인함으로써 필리오퀘에 관한 양 교회 간의 신학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1472년 정교회가 단독으로 콘스탄티노폴리스 교회회의를 열어 리옹과 피렌체 공의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정식으로 파기하는 바람에 또다시 동ㆍ서방 교회가 결별하고 만다.

하지만 가톨릭과 정교회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화해의 길을 모색했다. 과거 상호 파문과 관련해 서방 교회가 한 파문은 교황이 한 것이 아니라 특사가 한 것이라 그 합법성에 문제가 제기됐고, 동방 교회가 한 파문도 교황이나 서방 교회 전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사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었다며 교회법상 동ㆍ서방 교회가 서로를 파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 양 교회에서 제기됐다.

이에 1965년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콘스탄티노폴리스 아테나고라스 1세 총대주교는 1054년의 상호 파문을 무효라고 철회하고 화해했다. 아울러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정교회 크리스토둘로스 세계 총대주교는 2006년 12월 14일 바티칸에서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고, “사도들의 모범을 따르고 서로 간의 사랑과 화해의 정신을 보여주면서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우리의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고 교회 일치를 강조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1-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9

탈출 15장 13절
당신께서 구원하신 백성을 자애로 인도하시고 당신 힘으로 그들을 당신의 거룩한 처소로 이끄셨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