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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이야기] (45) 예수님은 비유로 말씀하셨다

머리보다 가슴을 울린 복음 선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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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보다 가슴을 울린 복음 선포자

▲ 예수님께서는 아주 쉬운 말씀으로 하느님 나라를 가르쳐주셨다. 사진은 심순화 작 ‘진복팔단’.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아주 쉬운 말씀으로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시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다양한 비유와 비상한 설득력으로 제자들과 회중을 회심시키는 예수님의 모습이 복음서 곳곳에 등장한다.

오늘날에도 종종 볼 수 있지만 고대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광장이나 시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웅변했다. 예수님 시대 유다인들도 예루살렘 성전 앞뜰이나 길거리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 큰 소리로 자기 주장을 펼치곤 했다. 목소리가 작거나 수사적 재능이 부족한 랍비들은 옆에 말솜씨가 능란한 변사를 두고 자기 말을 큰 소리로 되풀이해 청중에게 들려주게 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너희가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여라”(마태 10 27) 하신 말씀도 이러한 풍속을 빗대어 하신 것으로 여겨진다.

예수님처럼 당시 랍비들도 비유를 들어 설교했다. 바오로 사도의 스승인 저명한 율법 교사 가말리엘은 즉석에서 한 가지 주제로 300가지 이상의 예시를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내 아들아 아버지의 교훈을 들어라. 어머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마라. 그것들은 네 머리에 우아한 화관이며 네 목에 목걸이다”(잠언 1 8-9)라든지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 23)처럼 은유 비유 시 예화적 표현으로 설교하길 즐겨했다. 이를 유다인들은 히브리말로 ‘마샬’이라 했고 「잠언」의 책 이름도 ‘마샬’이다.

하지만 히브리인의 설교법은 헬라(그리스)나 로마인의 수사학과 전혀 달랐다. 헬라와 로마의 수사학은 삼단 논법에 따른 사상 배열과 논리 증명이 분명했다. 반면 유다인들은 논리보다 듣는 사람들의 감정과 교감하는 방법을 택해 직관적인 비유와 현실적인 교훈을 빌어 가르쳤다. 학자들은 바오로 사도가 아테네에서 선교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에는(사도 17 22-34) 이성과 감성에 호소하는 웅변술의 차이가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예수님께서도 분명 ‘마샬’을 알고 계셨고 그것을 사용하셨다. 구체적으로 겨자씨의 비유(마태 13 31-32)라든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르 4 26-29) 혼인 잔치의 비유(루카 14 15-24) 목자의 비유(요한 10 1-6)가 예수님께서 하신 마샬이다. 탈무드에도 예수님께서 하신 비유가 나오는데 혼인 잔치의 비유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가 그것이다.

또 이러한 긴 비유가 아니더라도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 15 11) “의사야 네 병이나 고쳐라”(루카 4 23) 등 단문의 짧은 말씀도 마샬이다.

요아킴 예레미아스를 비롯한 성경학자들은 복음서의 예수님 비유 말씀을 탈무드의 마샬과 비교하여 “지극히 간결하고 정확하며 참신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문학적 기교가 조금도 없지만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에 있어서는 가장 뛰어나게 다듬어진 문학적 기교를 능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니엘 롭스는 “복음서의 비유는 가장 비근한 현실로부터 시작하여 가장 고상한 개념을 뚜렷이 반영시킨다. 그것은 무지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지만 학식있는 사람에게도 반성을 촉구한다”고 가르쳤다. 또 리치오티 몬시뇰은 예수님의 비유를 “인간 수준에서 최고의 언어요 동시에 하느님으로부터 오신 ‘말씀’이 가장 낮게 우리에게까지 내리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제자들의 반응을 “거룩한 신비에 대한 가슴 벅찬 환호성”이라 표현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저서 「나자렛 예수」에서 “비유는 예수님의 복음 선포의 핵심이다. 문명이 바뀌어도 비유는 그 신선함과 인간미 때문에 우리에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안겨 준다”며 “예수님의 비유를 통하여 그리고 본문에 비쳐 나오는 아람어의 특성을 통해서도 예수님께서 어떻게 사셨고 또 어떻게 가르치셨는지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비유 말씀 즉 마샬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처럼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하느님 나라’로 믿으라”는 단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처럼 하느님 나라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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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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