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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3주일 (마태 4,12-23)

정연정 신부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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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정 신부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오늘 교회는 연중 제3주일을 지내면서,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 어떻게 실현됐는지를 알려줍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로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빛 속에 살게 됐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이 ‘하늘 나라에 좀 더 가까이’(마태 4,17 참조)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1.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본 큰 빛(이사 9,1 참조)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한 갈릴래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비옥해서, 예로부터 이곳을 탐낸 이민족(異民族)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성경에 보면 ‘이민족들의 갈릴래아’(이사 8,23; 마태 4,15)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이유로 유다인들은 갈릴래아를 부정(不淨)한 땅(요한 7,52 참조)으로 취급했으며, 좋은 것이 나올 수 없는 곳(요한 1,46 참조)으로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고향 나자렛이 갈릴래아에 속했다는 사실에서 하느님의 역사(役事)와 섭리의 오묘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루카 4,14-16 참조)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에 등장하는 파홈이라는 소작농은 내기를 통하여 큰 땅을 차지하게 됐지만, 결국 그는 죽음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의 욕심, 곧 그의 삶 안에 드리웠던 어둠과 암흑이 참 빛과 참 생명을 볼 수 없게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1독서의 말씀처럼, 인간은 “짊어진 멍에와 어깨에 멘 장대와 부역 감독관의 몽둥이”(이사 9,3 참조)가 주님 안에서만 부서지고 해결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로지 주님만이 우리의 메시아가 되십니다.



2.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1코린 1,17)

갑작스러운 황반 현상 때문에 시신경에 이상이 와서 한쪽 눈이 못 보게 된 자매님의 말씀이 새삼 떠오릅니다. “지금 저는 다른 한쪽 눈마저도 형체만 뿌옇게 볼 수 있는 처지지만, 모든 것을 깨끗이 낫게 하시는 하느님께서 제가 다시 보게 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매님을 통하여, 우리가 궁극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우리의 삶을 늘 살피자고 권고합니다. 사실 주님의 십자가는 인간의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사랑의 상징입니다. 또한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신실한 사랑의 은약(恩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어떤 처지에서도 절대로 실망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주님의 십자가는 우리 마음 안에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용기를 일으켜줍니다.



3.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려고(마태 4,14 참조)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공생활(公生活)에 대하여 전해줍니다. 그런데 그 시작이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래아라는 것에서 그 의미가 새롭다고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들이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중요시하던 예루살렘을 택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많은 이들로부터 멸시당하고 따돌려졌던 이른바 변방(邊方) 갈릴래아를 택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는 복음의 핵심이고 정신입니다. 아울러 갈릴래아는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기꺼이 따르기로 응답한 곳입니다. 그러기에 두 사도에게 갈릴래아는 ‘영적 본향(靈的本鄕)’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4. 무엇이 중요한가요?

지금 우리에게 갈릴래아는 어떤 의미입니까? 자신을 드리웠던 어둠을 뚫고 비로소 빛이 들어왔다면, 우리도 사도들이 갈릴래아를 떠올리며 느꼈던 뜨거운 마음을 공분(共分)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분께서 안 계신다면 삶이 같지 않다는 것을 마음으로”(「복음의 기쁨」 121항) 늘 새길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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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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