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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경로잔치에 정성을 쏟는 이유

이향배 수녀 필립보,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서울시립은평의마을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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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배 수녀 필립보,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서울시립은평의마을 시설장




처음부터 서울시립은평의마을에 이렇게 많이 살지는 않았다.

전후, 전쟁에서 부상을 입거나 가족을 잃고 떠돌던 이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던 이들이 1990년대 초까지 2000여 명쯤 모여 살았다. 그러던 게 지금은 반으로 줄었다. 우리나라도 이젠 사회 복지 수준이 좀 나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은평의마을 가족들도 자신의 신변은 자기가 처리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다들 나이가 들어 1000여 명 중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이들이 300여 명이나 될 정도로 많아졌다.

4월에는 우리 은평의마을에 ‘통합’ 경로잔치가 있다. 노숙인이 모인 ‘은평의마을’과 중증장애인시설 ‘평화로운 집’, 정신요양시설 ‘은혜로운 집’ 등 한 지붕 세 가족이 다 모인다.

우리 은평의마을에 소임을 받고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경로잔치를 한다고 해서 연령대를 보니 회갑을 맞은 분들부터 칠순, 팔순을 맞는 분들이 명단에 있었다. 해서 “요즈음 사회에서는 칠순도 안 하는 추세인데 회갑도 잔치를 하느냐?”고 물은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서 한참 지나 연말쯤 사망자 자료를 보니, 우리 가족 중 회갑 전후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20~30나 되는 게 아닌가. 그제야 이해를 하게 됐다.

노숙인들은 한뎃잠을 자고 제대로 끼니도 챙겨 먹지 못한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 일반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보다 10여 년은 나이가 더 들어 보이고 더 일찍 세상을 뜬다. 해마다 치르는 경로잔치지만, 더 정성을 쏟게 됐다.

지난해 경로잔치에는 어떤 할아버지가 잔치 때 입을 한복을 만지작거리고 있기에 내가 곁으로 다가가니 내 손을 꼭 잡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 아부지한테 이런 옷을 입혀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어요. 그 옷을 내가 칠순을 하며 입게 돼 정말 고맙습니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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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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