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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 (1) 삶과 영성

성모 신심과 프란치스칸 영성으로 성인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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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신심과 프란치스칸 영성으로 성인의 길을 걷다

▲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1894~1941)



교회의 수많은 성인 성녀들이 보여준 경이로운 업적과 신앙의 증거는 많은 사람에게 공경과 추종의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동시에, 초자연적이고 초인격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의 표상 앞에서 현실의 인간 모습과 동떨어진 듯한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신앙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성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현실의 삶 속에서도 실제로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해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1894~1941) 신부는 모든 신자가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성인의 길은 몇몇 사람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열려 있음을 주장한다. 콜베 신부는 그것이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 대한 완전한 봉헌’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온 삶을 통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극적인 순교의 원동력

콜베 성인의 면모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폴란드 출신의 프란치스코회 사제로서 ‘성모기사회’라는 신심 단체의 설립자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체포되어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다. 1941년 7월 어느 날(보통 30일이나 31일쯤으로 추정), 그가 머물던 14호 막사에서 수용자 한 명이 탈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를 잡아들이는 데에 실패하자 독일인 간수는 연대 책임을 물어 같은 막사에 수용된 이들 중 열 명을 뽑아 아사형(굶겨 죽이는 형벌)에 처한다. 콜베 신부는 그 열 명 중 한 명인 ‘프란치스코 가요브니체크’를 대신해 아사형을 자청한다. 그는 보름 가까운 시간을 아우슈비츠의 아사 감방에서 혹독한 고통 속에 보낸 후, 1941년 8월 14일 석탄산 독주사를 맞고 순교한다. 이 극적이고 숭고한 그의 순교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는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성인 중 한 사람이 됐다.

이것이 콜베 신부에 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가 삶의 마지막에 보여준 영웅적인 순교의 모습이 그의 전부가 아니다. 그의 순교는 그가 일생 걸었던 신앙 여정의 최종 열매이며 결과물이다. 콜베 신부는 다른 평범한 이들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했고, 똑같은 나약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삶과 신앙의 여정을 갔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죽음을 통해 열 배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따라서 그의 순교를 이야기하려면, 한 평범한 인간을 순교로 이끈 그 삶의 여정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



성모께 의탁한 성인

콜베 신부를 순교자로 만든 삶의 바탕은 그의 특별했던 마리아 신심과 그가 수도자로서 받아들였던 프란치스칸 영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성모님과 프란치스코에 의해 양육되었고 한 인간으로, 사제 수도자로 자랐고, 마침내 성인이 됐다. 물론 성모님과 프란치스코에 의해 양육된다고 해서 모두가 콜베 신부와 같은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아마도 그 양육의 손길에 자기 자신을 얼마나 완전히 의탁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콜베 신부는 완전히 의탁했다. 특히 성모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완전히 의탁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다. 영적이고 정신적인 측면만이 아니었다. 인간적 측면에서 실제 사도직의 모든 계획까지도 성모님께 완전히 맡겼고 성모님의 이끄심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성모님, 우리가 시작한 이 일이 장래 어떻게 될지 저는 헤아릴 수 없으나 하느님의 가장 위대한 영광을 위하여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저와 우리 모두를 사용하소서. 사랑하올 원죄 없으신 성모님,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 저를 받쳐 주시는 당신의 원죄 없으신 손길을 멈추신다면, 저는 첫째로 가장 큰 대죄에 빠질 것이며, 그 다음에는 지옥의 심연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리 부당하여도 당신께서 저를 버리시지 않는다면, 당신께서 저를 인도해 주신다면 저는 결코 넘어지지 않을 것이며 위대한 성인이 될 것입니다.”

콜베 신부가 살았던 당시의 유럽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퍼져나간 계몽주의와 자유주의의 물결에 휩싸여 있었다. 사람들은 인간 이성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에 넘쳐 있었으며, 더는 인간 역사 속에서 종교가 설 자리가 없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신의 존재란 과거 지성이 부족하던 시대에 의탁할 곳을 구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반교회 급진주의자들과 교회 분열주의자들의 공격으로,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았고 수도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기도 하였다.

그는 교회의 이 위기를 직시하고 꿰뚫어보면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궁극의 승리를 이룰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가장 완전한 해결책과 무기를 성모님에게서 발견했다. ‘불순명의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순명의 어머니’ 성모님뿐임을 강하게 확신하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성모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양육될 것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서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으며, 세상의 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콜베 신부의 이런 이상은 그가 설립한 ‘성모 기사회’의 정신에 그대로 반영된다.

‘성인’이 되는 것은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서다. ‘성인의 길’은 끊임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이어져 있다. 가장 완벽하게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길은 바로 성모님을 통하는 길이다. ‘성인’이 되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성모님께 봉헌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는 이미 성인의 길에 서 있으며 그의 영혼은 하느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 있다고 콜베 신부는 말한다.

“우리가 원죄 없으신 성모님의 것이 되면 될수록, 우리는 더욱 완전하게 예수와 아버지 하느님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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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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