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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10) 할례와 작명, 봉헌, 두 예언자의 예언(2,21-39)

믿음의 기다림 끝에 만난 모든 민족의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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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기다림 끝에 만난 모든 민족의 구원자

▲ 예루살렘 성전 서쪽 벽의 일부인 통곡의 벽. 예수님 시대의 예루살렘 성전은 ‘제3성전’ 혹은 헤로데 대왕이 재건을 시작했다고 해서 ‘헤로데 성전’이라고도 하는데, 기원 후 70년쯤 로마군에 의해 파괴됐고 성전의 서쪽 옹벽 일부가 남아 있다. 이를 통곡의 벽 혹은 서쪽 벽(하코텔 하마아라비)이라고 한다.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제공

▲ 예루살렘 성전 자리에 세워진 이슬람 모스크(쿠바트 아스 사크라). 황금 돔 모스크라고도 부른다.















작명과 성전 봉헌(2,21-24)

루카는 예수님의 탄생과 목자들이 예수님을 찾아뵈었다는 이야기(2,1-20)에 이어 예수님 할례와 작명 그리고 성전 봉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기의 부모는 여드레가 차서 할례 때가 되자 이름을 예수라 짓고, 정결례를 거행할 때가 되자 예루살렘에 올라가 아기 예수님을 주님께 바칩니다.(2,21-24)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 베푼 것은 율법 규정(창세 17,12; 레위 12,3)에 따른 것이었고, 아기 이름을 예수라고 지은 것은 천사의 말(1,31)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 주님께 아기를 바치고, 제물을 바친 것 또한 율법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아기 예수님의 이 가정이 율법과 천사의 말을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 뜻에 충실하게 순명했음을 알려줍니다.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는 명령대로 제물을 바친 것(2,24)은 이 가정이 가난한 가정임을 말해주지요. 아래 레위기 말씀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자가 아기를 배어 사내아이를 낳았을 경우, 이레 동안 부정하게 된다.… 여드레째 되는 날에는 아기의 포피를 잘라 할례를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여자는 피로 더럽혀진 몸이 정결하게 될 때까지 삼십삼 일 동안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몸이 정결하게 되는 기간이 찰 때까지 거룩한 것에 몸이 닿거나 성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몸이 정결하게 되는 기간이 차면, 아들이나 딸을 위하여 번제물로 바칠 일 년 된 어린 양 한 마리와 속죄 제물로 바칠 집비둘기나 산비둘기 한 마리를 만남의 천막 어귀로 가져와서 사제에게 주어야 한다. 사제는 그것을 주님 앞에 바쳐 그 여자를 위하여 속죄 예식을 거행한다. 그러면 피로 더럽혀진 그 여자의 몸이 정결하게 된다.…

그러나 양 한 마리를 바칠 힘이 없으면, 산비둘기 두 마리나 집비둘기 두 마리를 가져다가, 한 마리는 번제물로, 한 마리는 속죄 제물로 올려도 된다. 그리하여 사제가 그 여자를 위하여 속죄 예식을 거행하면, 그 여자는 정결하게 된다.”(레위 12,2-8)



시메온과 한나의 예언(2,25-39)

그런데 루카 복음사가는 예루살렘 성전에 아기 예수님을 주님께 바치고 율법 규정에 따라 제물을 바친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습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시메온과 한나라는 두 예언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메온은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 곧 구원될 때를 기다리고 있던 “의롭고 독실한” 예언자였습니다.(2,25) 성령께서는 그 위에 머물러 계시면서 “주님의 그리스도”, 즉 메시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는데,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에 들어와서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가 오는 것을 본 것입니다.(2,26-27)

시메온은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서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2,29-32)

이 노래에서 주목할 게 있습니다. 시메온은 ‘이스라엘이 구원될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고는 ‘모든 민족들을 위한 구원을 보았다’고 노래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통해 이뤄질 구원은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위한 구원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에 아기의 부모는 “놀라워했다”(2,33)고 루카는 전합니다. 놀라워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합니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시이기에 놀랍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아기의 부모가 하느님의 계시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시메온은 더 놀라운 예언을 마리아에게 합니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2,34-35) 시메온은 아기와 아기 어머니 마리아의 앞날을 두고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예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시메온의 말 자체가 마리아의 마음이 칼에 꿰찔리는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시메온에 이어 또 한 사람의 예언자가 등장합니다. 7년간 결혼 생활을 한 후 여든넷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면서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여 예언자 한나가 아기를 보고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속량, 곧 하느님 백성인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아기에 관해 이야기합니다.(2,36-38)

시메온과 한나 두 예언자의 이야기는 아기 예수로 인해 구원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이야기해줍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은 예수님과 함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고백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아기의 성전 봉헌과 성전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이야기를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2,39)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시메온의 예언과 관련한 대목에서 봤듯이 아기 부모는 하느님의 뜻을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다 마치고는 고향 나자렛으로 향합니다.





알아둡시다

시메온은 ‘하느님이 들으셨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말로는 ‘시몬’이라고 합니다.

한나는 ‘은혜’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말로는 안나라고 하지요.







생각해 봅시다

첫째, 아들 잉태 예고를 비롯해 베들레헴에서의 아기 출산,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에 아기를 봉헌하기까지 모든 일은 마리아와 요셉에게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1,29; 2,10.33 참조) 그렇지만 마리아는 그 모든 일을 곰곰 새기면서도 하느님의 뜻을 충실이 이행합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다 보면 우리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일을 곰곰 새기면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법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그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지요.



둘째, 시메온의 찬가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바치는 ‘끝기도’ 때에 부르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하루를 마치면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메온의 찬가를 따라 부르며 잠자리에 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불평할 일, 후회스러운 일도 있겠지만 감사드릴 일은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고 크지 않겠습니까.



셋째, 시메온이 마리아에게 한 예언은 말 그대로 비수와 같이 마리아의 마음을 찔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리아는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것을 마무리합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어머니들이 마리아와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자식으로 인해 상처받으면서도 내색조차 않는 어머니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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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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