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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55)“주님의 말씀은 더욱 힘차게 자라고 힘을 떨쳤다”(사도 19,20)

이교 지역에 복음 선포하며 모교회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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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의 세 번째 선교 여행은 에페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어디를 거쳐 에페소까지 도착했는지 사도행전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내륙을 거쳐 에페소에 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에페소는 이미 두 번째 선교 여행에서 방문했던 곳으로 경제적으로 상당히 발전한 도시였으며 당시 소아시아의 주도(主都)였습니다. 바오로에 의해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세워진 에페소는 이후 그리스도교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도시의 역할을 합니다. 많은 사람은 이곳에서 요한복음과 사목 서간이 쓰인 장소로 생각합니다.

에페소에는 기원전 500년쯤 아르테미스의 신전이 세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사냥과 여인들의 수호신으로 여겨졌으며 특히 에페소의 아르테미스 신전에서는 풍요를 주관하는 신으로 등장합니다. 바오로의 세 번째 선교 여행의 첫 시작인 에페소에서 아르테미스 신과 관련된 갈등에 대해 읽을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에 머문 기간은 꽤 길었습니다. 에페소에 머문 기간이 사도행전에는 두 번 언급되는데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한 번은 2년(사도 19,10), 또 한 번은 3년(사도 21,31)으로 나와 있습니다. 어쨌든 바오로가 선교를 위해 다른 도시에 머물렀던 기간 중 가장 긴 시간입니다.

에페소에 있던 데메트리오스는 은장이로, 아르테미스의 상을 만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바오로 사도의 선교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이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데메트리오스는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신의 상을 만드는 이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이 직업으로 부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보고 듣는 대로, 저 바오로라는 자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은 신이 아니라고 하면서, 에페소만이 아니 거의 온 아시아 지방에 걸쳐 수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유인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업이 나쁜 평판을 받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여신 아르테미스의 신전도 무시를 당하고, 마침내 온 아시아와 온 세상이 숭배하는 이 여신께서 위엄마저 상실하실 위험에 놓였습니다.”(사도 19,25-27)

사실 이 표현은 바오로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바오로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은 하느님의 손으로 만드신 것과 반대되는, 구약성경에서부터 우상을 나타내는 성서적인 표현입니다. 당시 그리스의 신들을 숭배하던 소아시아 지방에 바오로의 복음 선포가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고 많은 사람이 바오로의 선포로 믿음을 갖게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 이후에 바오로는 마케도니아와 아카이아를 거쳐 코린토를 다시 방문합니다. 돌아오는 여정에 에페소를 다시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바오로는 그곳에 들리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향합니다. 사도행전은 그 이유에 대해 오순절을 예루살렘에서 보내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사도 20,16)

예루살렘에 도착한 바오로는 야고보와 원로들을 만났다고 전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야고보는 열두 사도 중의 한 명이었던 야고보가 아니라, 흔히 ‘주님의 형제’라고 부르는 야고보입니다.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요한의 형제인 야고보 사도는 이미 순교했습니다. 바오로의 편지인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바오로는 직접 예루살렘에 있는 베드로와 요한 그리고 ‘주님의 형제’인 야고보를 “교회의 기둥”이라고 표현합니다.(갈라 2,9) 바오로 사도는 주로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였지만 지속적으로 예루살렘에 있는 모교회와도 협력했습니다. 이러한 바오로 사도의 모습은 교회의 일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 번째 선교 여행의 마지막 방문한 예루살렘은 이제 바오로 사도 선교의 마지막 이 됩니다. 바오로의 복음 선포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유다인들에 의해 바오로는 예루살렘에서 체포되고 자신의 거점인 안티오키아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회심 이후 이방인의 세계에 복음을 선포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던 바오로 사도는 세 번째 선교 여행을 끝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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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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