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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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쩌나] 400. 수도 생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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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수도 생활을 하면서 가끔 고민이 생깁니다. ‘내가 정말 수도 성소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어서입니다. 다른 수도자들은 인간적인 약함을 모두 극복하고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사는데, 저는 인간적인 욕망에 흔들릴 때가 많고 성소가 있는지 마음이 흔들리면서 자부심은커녕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기도 시간을 늘리고 잠을 줄여 인간적인 약점을 극복하려고 해도 나아지기는커녕 몸이 아프고 힘만 듭니다. 더욱이 저보다 게을러 보이는 수도자 형제님들에 대한 미움도 생겨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답 : 사제들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그러기에 형제님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많은 분이 성소란 흔들림이 없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렇듯 흔들림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작은 배와 같은 자아로 파도를 헤치며 항해하는 사람들이기에 흔들리며 사는 것이 당연합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인간적인 한계를 가진 것이 사람이기에 늘 흔들리며 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소가 있고 없음을 어떻게 알까요. 수도원이 자기 집처럼 편하고 수도 생활이 비교적 만족스러우면 성소가 있다고 봐도 됩니다. 오히려 열심히는 사는데 늘 불만이 많고, 마음이 밖으로 떠돈다면 성소가 다른 곳에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지요. 자기 삶에 100 만족은 없습니다. 인간은 ‘갈등하는 존재’이기에 늘 자신의 선택에 의구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욕망은 기도로 없앨 수 없는 생존 기제입니다. 그 욕망을 거슬러 사는 동안에 수많은 분심과 흔들림이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초월한 듯 보이는 사람도 내적으로는 다 흔들리며 삽니다. 그런데도 만약 누가 “나는 모든 것을 다 벗어났다” 혹은 “오로지 영적인 삶만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면 일시적인 망상에 빠졌거나 정서적으로 균형을 상실한 ‘신경증 환자’로 봐도 무방합니다.

욕망은 우리에게 생존 기제이자 십자가와 같은 것이어서 평생을 안고 산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수도 생활은 그 삶 자체가 힘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름다워 보이는 공동체 생활도 개인의 자유성을 제한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습니다. 만약 수도자 100명이 산다면 100가지 이상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끼리 함께 사는 삶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도 생활은 인간적인 욕망을 거슬러 사는 삶입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은 삶입니다. 그래서 삶 자체가 힘들고 상처받기 쉽습니다. 거기에 더 짐을 부과한다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과부하가 걸려 병이 나는 것이지요. 믿음이 약하거나 성소가 없어서가 아니라 과부하가 문제입니다. 이렇게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주위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마음을 둘 수 없겠지요.

수도 생활은 자신을 스스로 가둔 삶이기에 어렵습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가둬 두면 심리적으로 예민해집니다. 아무리 자진해서 갇힌 삶을 살더라도 인간의 한계상 심리적인 부작용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지혜로운 삶을 살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공동체의 규칙은 지키되 그 규칙이 자신을 옭아매는 올가미가 돼서는 안 됩니다. 심리적인 여유를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요. 공동체가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일상생활의 흐름을 깨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환자들이 투병할 때 의료진이 강조하는 것은 일상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규칙적인 일상의 삶이 치유력을 높여 줍니다.

마지막으로 수도 생활은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은총으로 산다는 것을 늘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기도하는 마음, 주님께 의탁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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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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