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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 이야기] (15)송송이 아가타 (서울 신천동본당, 생활성가 가수 겸 작곡가)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공동체 미사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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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나는 거의 매일 아침 10시 미사를 갔다. 유모차와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고 성당으로 가 유아방에서 드리는 미사는 나의 하루를 위한 동력을 받는 곳이었다. 그렇게 매일 미사를 다니면서 때로는 놀라운 일도 일어났고, 지금껏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고마운 인연들도 만났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일이다. 하루는 유아방에 갔는데 우리 아이 또래일 것 같은 쌍둥이 아기들이 있었다. 누가 쌍둥이를 데리고 미사에까지 오는 것일까! 돌도 되지 않은 아이 둘을 데리고 미사에 온다는 건, 험한 계단턱을 넘어 유모차에 싣고 오든 카시트 두 개를 싣고 차를 타고 오든지 간에 거의 순교에 가깝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기에 궁금한 얼굴로 아기 엄마를 찾아보았다. 아기 엄마는 무척 진취적으로 보이는 나의 막냇동생 또래의 교사였다. 마침 나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 육아휴직 중이기도 했다. 육아휴직 중인 직장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게다가 평일 아침 미사에 참여하러 아가들을 데리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그녀의 동지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사귀게 됐다.

얼마 후 새 사제의 첫 미사가 있던 날이었다. 새 신부님께서 미사 후 신자들 각자에게 안수를 해 주시겠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날은 성당이 거의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왔다. 이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안수를 받을 수나 있을까….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것 같았다. 사실 평일 미사 시간인 30~40분은 아기들이 견딜 수 있는 최장의 시간이다. 그나마도 기저귀를 갈거나 배가 고파서 물이라도 마시거나 젖이라도 한번 물리게 되면 그 시간은 어느새 끝나고 만다. 미사 끝에 안수를 기다리는데 유아방에 있던 그 진취적인 엄마 선생님은 아이를 안고 안수를 받기 위해 유아방에서 기다리는 엄마들을 보며 말했다.

“아기들과 엄마들이 먼저 안수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적극적인 동의와 지지를 얻은 그녀는 성큼성큼 제대 앞의 신부님께로 다가가 유아방 엄마들과 아기들에게 먼저 안수를 주기를 부탁드렸다. 멀리서 지켜보던 우리는 앞으로 오라는 그녀의 손짓을 보고는 쏜살같이 아기들을 안고 제대 앞으로 걸어나갔다. 아기들의 이마에 손을 얹어주시는 새 신부님이 어찌나 고맙던지…. 아니, 그렇게 용기를 내어 신부님께 부탁한 그녀가 얼마나 멋지던지!

그녀와 나는 친자매에 버금가는 친구가 돼 지금도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가거나 서로의 아이를 돌봐 주기도 하며 고마운 이웃사촌으로 지내고 있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을 데리고 미사하면서 가끔 나는 상상한다. 한 장소에서 엄마와 아이들과 가족들이 모두 함께 노래하며 미사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그런 공동체의 미사. 어쩌면, 초대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나의 미사 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 글을 연락처, 얼굴 사진과 함께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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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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