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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시와 그림] 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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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콩코드의 윌든 숲에 가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앉았던

나무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 의자에는 소로우가 앉아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가면

법정 스님이 앉았던

나뭇가지로 만든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 의자에는 법정 스님이 앉아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위안부를 위한 평화의 소녀상 옆에 가면

쓸쓸한 빈 의지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자에는 세상을 떠난

어느 위안부 할머니가 앉아서 오늘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아, 무념무상(無念無想) 빈 의자에는

언제나 삶과 죽음이 앉아서

먼 하늘을 바라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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