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노동청년회 회원들은 소모임 안에서 자기 생활을 들여다보고 복음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용기를 얻어 변화를 만드는 일을 실천에 옮긴다. 모임에 함께하는 우리 동반자들에게도 이 작업은 몸에 밴 습관처럼 매일 필요한 일이다. 오늘 만난 청년을 통해 어떤 배움을 새롭게 얻었는지 살펴보고 더욱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예수님께 용기를 청하며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다.
우리의 노동이 곧 기도가 될 수 있다면 나의 첫 기도는 청년을 위한 쉼과 소통의 공간으로 노량진에 문을 연 ‘친구네’를 1시간가량 청소하는 것으로 봉헌한다. 바닥을 말끔히 쓸고 닦고 테이블과 컵을 정갈히 정리하고 쿠키와 사탕으로 간식 접시를 소담히 채워 테이블 위에 올린 뒤 음악을 틀어놓은 다음 이곳을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
‘친구네’는 무료로 열린 공간이지만 지켜야 할 3가지 규칙은 있다. ‘일회용품 쓰지 않기, 떠나기 전 뒷정리, 서로 인사하기’다. 이 세 가지 중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인사하기’다. 인사는 노량진 생활을 지배하는 단절과 고립의 문화를 거부하고 사람들 사이에 소통의 싹을 틔워보고자 마련한 장치였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어렵고 낯선 모양이다. 아님 일부러 관계 맺기를 차단하는 것일까?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4명의 청년이 있다. 먼저 인사를 건네자 응답하는 청년은 한 명. 다른 한 명은 놀란 듯 나를 쳐다보고, 두 명은 내 쪽을 아예 보지도 않는다. 아! 이럴 때는 인간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기분도 상한다. 정성스레 오픈 준비를 한 손도 쓰라리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님에도 늘 그렇다.
그러나 다시 꿋꿋하게 인사한다. 커피도 한 잔 내려서 건넨다. 이 공간이 우리 취지와는 다르게 이용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그것이라면 그걸 내어주면서 만나야 하겠다. 단절과 고립 문화에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오늘도 인사를 건네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