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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이야기] (42) 용서해 주면 용서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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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훈 안토니오 명동청년성서모임 말씀의 봉사자



2016년 봄,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겪었습니다. 내 인생의 남은 기간을 함께 하려 할 만큼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그 상실감은 예상보다 크고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의 부재로 느껴지는 외로움이 그렇게 큰 지 몰랐습니다. 차라리 제가 그 사람을 몰랐기를 바랐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일도 공허한 제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방황을 하며 제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갔고 그런 저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커져만 갔습니다.

긴 시간 냉담 중이던 저는 염치없게도 다시 하느님을 찾아갔습니다. 사람으로부터 느낀 아픔이 사람으로 치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낀 후였습니다. (다른 이성으로 아픔을 잊어보려는 시도 후) 성당에 간 저는 또다시 이기적인 마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저만을 위해 성당에 갔고 저만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제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하느님에 대해 더 알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 기도를 더 잘 들어 주실거야!’ 그렇게 성경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하느님은 제가 듣고 싶은 말씀을 들려주지 않으셨습니다. 그곳에는 나를 채우지 말고 다른 사람을 채우라는 가르침만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나를 채우지 않고 행복할 수 있어요? 제가 지금 죽을 지경인데!’ 저는 좌절했습니다. 결국 신앙도 나의 행복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이렇게 회의적인 마음을 품고 주일 미사에 참례하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미사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냥 이대로 나가버릴까? 나가서 술이나 마실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끌고 있었고 신부님께서 복음 말씀을 봉독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주 복음 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나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시며 그들에게 성령의 숨을 불어넣어 주시는 구절이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번뜩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어떻게? 자신이 죽을 때 도망쳤던 그 제자들, 자신을 모른다고 말했던 그 제자들, 심지어 희생된 예수님에 대한 애도는 못 할망정 자신들도 잡혀 죽을까 봐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있던 그 제자들에게 나타나 하신 첫 말씀이 평화일 수가 있을까?’

마음 한구석에서 꺼져가던 불씨에 기름을 부은 듯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곧이어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는다’라는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저는 떠나간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은 그 사람이 제 옆에 없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저 스스로도 용서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해방된 느낌이었습니다. 숨 쉬는 공기부터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이 정상이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용서함으로써 용서를 받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무언가의 압박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습니다.

저는 이 체험이 성령의 위로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또다시 냉담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갔던 미사였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참여했던 미사였습니다. 그 날 제 마음에서 느껴졌던 뜨거운 느낌은 형언할 수 없지만 굉장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 사랑의 온도였습니다.



※‘나의 미사 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 글을 연락처, 얼굴 사진과 함께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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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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