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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11)영성생활의 질을 낮추는 습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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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잠깐 쉬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들더니 허겁지겁 손가락을 움직여댄다. 강의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고요함 속에서 손가락만 움직인다. 마치 공포영화에서나 봄 직한 영혼 없이 살아가는 좀비가 연상되는 것은 무슨 일일까?

“자, 이제 수업 시작해요!”라고 하자 마치 몇 년간 사귀었던 연인과 고별식이라도 하듯, 헤어질 수 없다는 듯이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작거린다. 그러다가 겨우 폰을 놓는가 싶더니 나에게 돌아오는 눈빛은 공허함과 원망이 섞인 눈빛이다. 이런 대학생들의 모습이 서글프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머, 왜 그러세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다 비슷할걸요.”

“이런 것에 태클을 걸면 꾸진(?) 사람 되는 거죠.”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할 터인데 그러시네.”

그렇다. 이제는 너도나도 스마트폰에 빠져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는 이 씁쓸한 장면이 제법 익숙해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수도자들조차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이런 익숙한 습관으로 인해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점차 우리 몸은 분주해지고 마음과 영혼은 머물 자리를 잃어 서로에게 잊히고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스마트폰에 빠질수록 우리의 뇌 구조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수많은 학자의 연구 결과를 제치고라도, 스마트폰이 우리를 인내하지 못하게 하고 생각을 얕게 하며 성찰의 힘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아니라도, 신앙인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계속 유지하며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나만의 괜한 기우일까.

요즘은 디지털 습관에 관해 언급하는 것조차 진부한 일 같아 망설여진다. 그러면서도 영성생활에 도전이 되는 많은 질문을 멈출 수가 없다. 갈수록 집중력과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루하고 느린 것을 못 견뎌 하지 않나? 소통의 도구가 아닌 중독적 욕구로 인해 감각적 재미에 빠져들고 있지는 않나? 한 가지 일은 밋밋하고 싱거워서 이것저것 벌려놓고 하나도 제대로 못 하고 있지는 않나? 그리고는 노는 것 같은데 피곤하고 일한 것 같은데 해놓은 것은 별로 없지 않나? 그래서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불안하고 초조해지다 보니 우울과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상황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우울한 감정을 씻기 위해 유쾌한 드라마나 개그콘서트를 보지만 돌아서면 짜증이 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SNS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이런저런 자랑을 하고도 왜 열등감에 못 견뎌 하는지도, 지구 끝에서 일어나는 많은 감동적 이야기에 빠져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자신이 허망한 순간이 없었는지. 그런데 이런 의문에 대하여 흔히 돌아오는 말은 세상은 다 그렇게 변해왔다는 것. 그리고 어느 시대건 신기술에 대하여 언제나 회의적이었다는 것. 편리한 문명은 결코 돌아설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반복하고 익숙해지는 것이란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만약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그렇게 ‘미세먼지 나쁨’이 날마다 계속 이어진다면 우린 어떻게 할까? 좋았다, 나빴다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쁨만 계속 된다면 말이다. 아마도 일 년 이 년이 지나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마스크는 마치 옷의 일부가 되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다. 어쩌면 휴대용 산소 공급기까지 지니고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우리 몸은 서서히 망가져 가더라도 말이다.

비정상의 반복은 익숙해지면서 습관이 되고 정상이 된다. 무엇보다 익숙하니까 당연하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 탓에 삶의 질과 신앙과 영성생활이 도전받는다면 잠시 멈춰 낯설게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매일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 반복하는 것이 있다면 더 주의를 기울이고 살펴야겠다. 나의 인격은 “매일 내가 반복하는 행동의 결과물 그 자체”(아리스토텔레스)이니까.



성찰하기



1. 후회하면서 반복하는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해요.

2. 그리고 ‘또 하고 있구나’하면서 나의 반복되는 습관을 의식해요.

3. 원치 않는 습관에 대한 좌절보다는 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좋은 습관을 실행해요. 단 10분이라도.

4. 매일 아침 내가 원하는 습관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봐요. “나는 전철에서 책을 읽을 거야.”,“나는 잠자기 전 10분이라도 기도할 거야.” 당장 실행하지 못해도 이 생각을 계속 반복해주세요. 기억해요! 뇌는 생각의 반복만으로도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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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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