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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이야기] (45) 여보! 성당 한 번만 가보자

원성두 사무엘 ㈜휴머니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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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별일도 다 있다. 네가 성당을 다닌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만큼 큰 기적이 있을까. 내가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가 20년간 냉담했다. 결혼하고 나서야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끌려가듯 다시 교회를 나갔다. ‘그래 언젠가는 다시 하나님께(그때는 나에게 하나님이었다) 돌아가게 될 줄 알았어…’. 하지만 얼마 못 가서 교회에 가기 싫어졌다. 토요일에는 일부러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날 못 일어나는 연기(?)를 해가며 빠지려 애썼다. 그래도 매번 빠질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처지였다.
 

어느 때부터인가 교회로 가는 운전 길에 한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가고 아주 희미하게나마 마음이 쓰였다. 그 후로 어디든 지나는 길에 성당이 보이면 희미했던 마음이 점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군대에서 맛있는 간식을 먹으러 딱 한 번 성당예배(‘미사’라는 용어도 몰랐다)에 가본 것이 가톨릭과의 유일한 인연이었다. 그나마도 쉴만하면 일어서고 잘만하면 무릎 꿇는 통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
 

가면 안 되는 곳! 우상을 믿는 곳!(개신교인의 마음으로서는 그랬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는 이 느낌은 뭘까?

마음이 크게 움직였을 때가 세 번쯤 되던 어느 날 초저녁,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혼자서 그 성당에 가보았다. 아무도 없는 작고 아담한 성당 옆 뜰에는 성모상이 있었고 나는 그 앞에 서서 가만히 성모상을 바라보았다. 미소인 듯 슬픔인 듯 나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뭐라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꾸벅 인사를 하고 말았다. ‘이크! 내가 뭔 짓을 한 거야!‘
 

나는 아내에게 딱! 한 번만 성당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태어나서 두 번째로 성당예배(미사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았다)를 드리게 됐다. 역시나 쉴만하면 일어서고 잘만하면 무릎 꿇고 알지도 못하는 기도문에 휩싸여 나는 포위된 생쥐마냥 마음을 떨며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다 성가대가 주님의 기도를 합창했다. 그 기도 노래에 내 영혼은 커다란 진동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공명과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점점 증폭되더니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교리도 모른 채 성체까지 영했다! 입안에서 성체를 조심스레 음미하는 순간 내 모든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 아버지 제가 이제야 왔습니다! 이러시려고 그토록 오랫동안 저를 부르셨군요. 얼마나 애태우시며 기다리셨나요! 아버지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거룩한 성체여 찬미합니다!’

그 후 나는 주저 없이 세 번의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무엘로 세례명을 정하고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묵주기도 중에 나를 부르신 분이 성모님이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모님의 부르심이 없었으면 난 미사에 나오지도, 성체도 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례도 받지 않은 채 영성체를 한 것이 큰일 날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지금은 본당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성가대, 홍보분과,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사무국장과 개인적으로 봉헌사업을 하며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이 바뀌는 것만큼 큰 기적이 있을까. 난 그날 이후 180도 변했다. 물질에서 신앙으로, 교만에서 겸손으로, 지배에서 순종으로, 화냄에서 온유로, 채움에서 나눔으로, 원수에서 사랑으로…. 이런 나의 변화를 보고 아내도 아이들도 어머니까지 개종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 원성두 사무엘 ㈜휴머니티 대표


※‘나의 미사 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 글을 연락처, 얼굴 사진과 함께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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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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