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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연중 제11주일 (마르 4,26-34)

세상의 도전에 대한 우리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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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연 신부(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전담)



아이들이 크는 속도는 정말 빠르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 정확하게 눈에 보이십니까? 아닙니다. 빠르다고는 하지만 조용히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들도 그렇습니다. 작은 묘목이 어느 순간 엄청나게 커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랍니다. 역시 조용히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요? 인간의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자라고 있습니다. 나 자신도 그렇지요. 변화가 없는 것 같고, 늘 그대로인 것 같지만, 분명히 조용히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성지를 찾아오신 한 자매님께서 저를 계속해서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신부님도 늙었네요.”

자매님께서는 제가 처음 갑곶성지에 왔을 때, 그 젊은 모습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거의 15년 만에 자세히 보니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 같다고 하시네요. 저는 아무리 거울을 봐도 그때나 지금이나 제 모습이 다를 바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저도 분명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모두 이렇게 조용히 자라고 변화합니다. 이 변화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그 누구도 불가능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늘나라가 땅에 뿌린 씨앗과 겨자씨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나라가 우리 곁에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몇 날 몇 시에 온다고 공고되지도 않습니다. 조용히 우리 곁에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마르 4,26-29 참조)

하늘나라의 씨앗은 겨자씨처럼 작고 볼품없습니다. 그러나 이 겨자씨가 큰 나무가 되어 온갖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는 것처럼(마르 4,32 참조) 하늘나라는 우리 모두를 품에 안고도 넉넉한 곳입니다.

조용히 자라는 하늘나라를 우리는 어떻게 차지할 수 있을까요? 우선은 주님 말씀이라는 씨앗을, 기다림이라는 인내를 가지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막 씨앗을 뿌리고서 열매가 나오지 않는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늘나라는 단숨에 열매 맺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믿음이 담긴 인내가 필요합니다. 또한,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물도 주고, 비료를 뿌리며 사랑과 정의의 실천을 우리 삶 안에서 이뤄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언제나 확신에 차 있다고 말씀하십니다.(2코린 5,7-8 참조) 우리 역시 바오로 사도처럼 하늘나라를 차지할 만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 믿음 역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의식적으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믿음이며, 굳은 확신으로 세상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믿음은 도전을 요구합니다. 기쁜 소식인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도전을 요구하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회개와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호소입니다. 무조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따르기가 쉽습니까? 아닙니다. 엄청난 도전임이 분명합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합니다.

“사랑은 인간의 선한 면과 악한 면 모두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선한 면은 자랑스럽게 사랑하고, 악한 면은 동정과 안타까움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엄청난 세상의 도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주님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리고 이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바오로 사도처럼 언제나 확신에 차 있게 됩니다.

조용히 자라고 있는 하늘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도전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그간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면서 불평불만만 했던 것은 아닐까요? 인내와 겸손으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굳은 믿음이 더욱 필요한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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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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