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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이야기] (48) 꿈에 나타난 그분은 누구였을까

황보숙 모니카 서울대교구 창5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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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엄마는 늘 기도하는 모습밖에 없었다.

기도와 미사로 행복을 느끼면서 사시는 분에게 혈액암이란 병이 찾아왔다. 주님이 계신다면 평생 고생만 한 엄마에게 이렇게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난 그 이후로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아니, 가기 싫었다. 4년 동안 냉담자가 돼 버린 나는 성당에 잘 다닌다는 거짓말로 엄마를 안심시키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 그러면서 모태 신앙인 나는 주님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검은 형태의 모습이 “왜 이러고 있니? 왜 이러고 있니?” 하고 물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너무 무서웠다.

한참을 멍하니 있는데 순간 엄마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엄마가 오래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엄마는 투병 중이지만 잘 견디고 계셨다. 돌아가실 거라는 생각은 아주 먼일이라 생각하고 지내왔던 터라 뭔지 모를 두려움이 나를 덮쳤고 심장은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성당으로 뛰어갔다. 기도를 드리는 중에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렸다. “시간을 좀 더 주세요. 잘 해드린 게 없어요.” 너무나도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평일, 주일 미사 할 것 없이 다 참석하면서 나는 점점 더 주님께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마음이 편안해져서 숨을 쉴 수 있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미사에 참석하고 나면 주임 신부님께 “우리 딸이 냉담을 풀고 성당에 나오게 됐어요. 너무 행복합니다”하고 자랑하시는 모습에 숙연해졌다. 그동안 딸이 냉담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신 엄마는 자식들을 주님 곁으로 불러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셨던 것 같다.

불안한 마음은 점점 깊어졌다. 나는 퇴근 후 곧장 엄마에게 달려가 갓 지은 밥으로 식사를 차려드리고, 안부를 묻는 등 얘기를 나누면서 주무시는 모습까지 봐야 안심하는 일상을 보내게 됐다. 엄마도 점점 나를 기다리시고 일주일에 두 번씩 수혈을 하러 병원을 갈 때는 내 손을 잡고 가길 원하셨다. 어느 날 주일 미사 중에 “이 좋은 축복을 더는 누릴 수 없을 것 같다”며 우시는 모습에 숙연해졌고, 엄마가 너무 가여웠다. 아마도 죽음을 짐작하셨던 것 같다.

“엄마 주님 뵈러 가면 좋으시잖아요?”

“좋긴 한데 두렵구나. 부탁이 있다. 넌 열심히 성당에 다녀서 안심이 되는데 지훈이, 세훈이도 열심히 다닐 수 있게 네가 기도 많이 하렴. 주님이 들어주실 거야. 너의 사랑을 많이 받고 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엄마는 2015년 11월 15일 주님 곁으로 떠나셨다. 13개월 동안 미사를 봉헌하면서 부활의 참 의미와 성탄의 기쁨까지 너무나도 많은 걸 가르쳐주신 엄마께 감사드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해하시는 엄마 모습을 내 머릿속에 간직할 수 있게 시간을 허락해 주시고, 정성을 쏟을 수 있게 제 마음을 움직여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지금도 엄마가 그리울 때면 아무 때나 성당에 간다. 엄마가 매일 앉던 그 자리에 가서 조용히 기도를 드린다. 왠지 곁에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참 좋다. 나의 신앙이 흔들릴 때면 그때 꾸었던 꿈을 생각한다. 누굴까? 주님일까? 주님, 감사합니다.

※‘나의 미사 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 글을 연락처, 얼굴 사진과 함께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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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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