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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하느님 당신 자비만을 바라나이다

김남훈 (대건 안드레아, 가톨릭사랑평화의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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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 유리가 깨질 듯한 문 두드리는 소리에 급히 1층으로 내려갔다. 술에 취한 노숙인을 붙잡고 원(50대, 지체장애 3급)씨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문을 열기 무섭게 노숙자 한 사람이 문 앞에 주저앉았다. 급히 시원한 물을 한 잔 내주고 사연을 들어보았다.

원씨가 데리고 온 김(40대, 만성알코올중독)씨는 영등포와 남대문 쪽방에서 살다 살인죄를 짓고 교도소에 다녀온 서울역 노숙자로 알코올중독에 급성영양실조까지 앓고 있었다. 김씨는 쪽방살이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원씨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고 그를 끌고 가톨릭사랑평화의집에 왔다.

도시락을 달라기에 이곳에서 노숙인과 쪽방 주민들에게 도시락배달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오늘은 배달하는 날이 아니라 드릴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냥 돌려보내려다 문득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이들에게 옷을 입혀주는 것은 하늘나라로 가는 길이요 하느님께서 참으로 기뻐하는 일”이라는 허근(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님 말씀이 생각났다.

편의점에서 단팥빵과 우유를 사주고 노숙인 쉼터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급식소를 안내했다. 그러나 김씨는 줄 서서 먹는 급식소는 자존심이 상해서 가기 싫다며 지금 쪽방을 신청하고 빈방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거절했다.

서울역에는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무료급식시설이 있다. 하지만 신체적·정신적인 질병 때문에 무료급식소를 찾아갈 수 없는 노숙인들과 쪽방 주민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지금은 밥이 없어 굶는 사람은 없다”는 어느 서울시 공무원의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보살피는 현실적인 정책과 지원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건물 사이를 불볕더위에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하느님 저들을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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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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