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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연중 제20주일 (요한 6,51-58)

주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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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연 신부(인천교구 갑곳순교성지 전담)



지난 7월 하순부터 8월 초까지 국내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였지만, 성지 담당 신부로서 전국의 성지를 모두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혼자 바쁘게 다녔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오후 5시까지 빡빡하게 일정을 치르니, 8일 동안 자그마치 성지 86곳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이번 성지순례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냐 묻더군요. 무더위? 피곤함? 외로움? 모두 아니었습니다. 사실 가장 힘들었던 건 순례 중 제게 달려드는 하루살이, 모기 같은 벌레였습니다. 성지 대부분이 산속 깊숙이 있다 보니 벌레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되더군요. 벌레들을 쫓으려다가 제 안경을 쳐서 안경알이 깨지기도 했고, 모기가 물어서 얼굴 한 부분이 퉁퉁 붓기도 했습니다. 벌레 때문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났습니다.

벌레 공격(?)에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벌레들과 대화해서 성지순례 중이니까 지금은 좀 가만히 놔두라고 타협했을까요? 벌레들을 없애달라고 주님께 기도했을까요?

당연히 아니지요. 벌레를 절대로 쫓아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손만 휘휘 젖으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짜증도 나고 화도 났지만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성지순례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벌레 때문에 성지순례를 제대로 못 했다고 투정하게 된 것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해야 할 것을 다해냈다는 뿌듯함과 큰 기쁨을 얻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특히 상대방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어떨까요? 그 사람이 변화되기를 원하는 기도보다 존재를 인정하면서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과 행적에서 꼬투리를 잡으려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납니다.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구원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놓으신 예수님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예수님의 말 자체에만 신경 쓰면서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지금을 사는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 중첩됩니다. 주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요한 6,55)

이제까지 주님께서 하셨던 말씀과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신 많은 표징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그들은 분명히 주님께서 참된 양식이고 참된 음료임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이렇게 우리에게 명령합니다.

“어리석음을 버리고 살아라. 예지의 길을 걸어라.”(잠언 9,6)

주님을 인정하지 않는, 그래서 주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어리석음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주님께 불평불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 우선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요?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십시오.”(에페 5,17)

우리를 위해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 주신 주님의 사랑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내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뜻을 제대로 따르는 삶입니다.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는 데 급급한 삶이 아닌, 주님께서 명령하신 삶을 살 때 주님의 살과 피가 진정으로 참된 양식과 참된 음료가 되어 구원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입니다.

미사 때, 내 안에 모시는 주님을 다시금 기억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주님을 모신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묵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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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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