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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104) 21세기 ② - 영성생활에 대한 교황님들의 가르침

세 교황, 21세기 영적 여정의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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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Franciscus PP., 재임 2013~현재) 교황은 2014년 8월 16일 광화문 앞 광장에서 한국 순교자 124위를 복자 반열에 올리는 시복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 얼마 전인 4월 27일에는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요한 바오로 2세(Ioannes Paulus PP. II, 재임 1978~2005) 교황을 성인 반열에 올리는 시성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런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4년 5월 6일 여의도 광장에서 한국 순교 복자 103위를 성인의 반열에 올리는 시성 미사를 봉헌한 바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교황님들의 가르침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던 요한 바오로 2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재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재임 동안 많은 문헌을 발표했습니다. 문헌 내용도 신학적이거나 윤리적인 주제뿐만 아니라 그때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중요한 사회적 주제까지 다양했습니다. 이때 거의 모든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항상 영성적인 주제를 성찰하면서 더 나은 영성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신심도 자주 언급됐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문헌들 가운데 문헌 전체를 영성적인 관점에서 저술한 문헌이 있습니다. 2000년 대희년 폐막 즈음에 주교들과 성직자들 그리고 평신도들에게 보낸 문헌으로서 2001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반포한 교서 「새 천년기(Novo Millennio Ineunte)」는 새로운 천년기를 맞는 신앙인에게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한 영성적인 성찰을 제공하고 가톨릭교회에 사목적인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새 천년기」에서는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영적 여정을 걸어가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즉, 참 하느님이시며 참사람이신 성자 그리스도의 신원을 제대로 깨달아야만 그리스도의 얼굴을 올바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말씀이 사람이 되시면서까지 자신을 비우신 강생의 신비의 의미를 깨달아야만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보이신 고통의 얼굴이 하느님께 버림받은 절망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한 기도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한 그리스도인은 기도의 실천, 성찬례의 참여, 화해의 성사인 고해성사로 회귀 등 보통의 방법으로 성덕의 훈련을 하며 영적 여정을 걷게 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성성(聖性)의 완성은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복음을 선포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를 ‘묵주기도의 해’로 선포하고, 마리아의 묵주기도에 관하여 주교와 성직자와 신자들에게 보낸 문헌으로 2002년 10월 16일에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Rosarium Virginis Mariae)」를 반포해 묵주기도가 성모 마리아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생애를 깊이 관상하는 훌륭한 기도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문헌에서는 기존에 바쳤던 묵주기도에서 세 가지 신비를 묵상했던 것과 달리 예수님의 공생활까지 묵상하는 ‘빛의 신비’를 추가하면서 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신비에 잘 동화될 수 있도록 초대했습니다.



영적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행동을 강조한 베네딕토 16세

베네딕토 16세(Benedictus PP. XVI, 재임 2005~2013) 교황은 재임 기간이 짧은 만큼 주요 문헌을 많이 반포하시지 않았지만, 영성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문헌과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미 교황직에 오른 후이지만 2007년에 발간한 저서 「나자렛 예수 1(Jesus von Nazarreth I)」 서문에서 이 책이 교도권을 다룬 공식 문헌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얼굴’을 찾는 개인적인 탐구라는 것을 밝히면서,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공생활을 묵상했습니다. 이때 교황님은 ‘역사 비평적 방법’으로 복음서에 다가간다면 예수님을 단순히 과거에 묶어둠으로써 예수님을 오늘날 살아 있는 주님으로 만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복음서가 인간의 말에만 머물지 말고 한층 높은 차원에 속한 의미에 도달하기 위해서 성경 전체 내용에 대해 통일성을 가지고 살피는 ‘정경적(正經的) 성경 주석’이라는 연구 방법이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10년 반포한 교황 권고 「주님의 말씀(Verbum Domini)」에서 어떻게 하느님 말씀에 다가가고, 하느님 말씀을 살아가며, 하느님 말씀을 전해야 하는지 언급하면서, 하느님 말씀을 살아가는 영적 여정에 유익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즉, 카르투지오회 9대 원장이었던 귀고 2세(Guigo II, 재임 1174~1180)가 정리해서 소개했던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에서 실천하는 ‘독서-묵상-기도-관상’의 단계에 ‘행동’이라는 단계를 추가했습니다. “거룩한 독서의 역동은 행동(actio)에 이르기 전에는 아직 완결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행동은 신자들이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다른 이들을 위한 선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87항) 행동으로 애덕을 실천할 때에야 비로소 영적 여정을 마치고 거룩함을 완성하여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성덕의 소명을 상기시킨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반포한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에서 성덕이 성직자와 수도자에게만 해당하는 소명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소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각자 신분의 상태에 따른 성덕의 소명은 같은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 따라서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성덕의 소명에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옆집의 평범한 이웃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에서 성덕의 소명을 발견하라고 격려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헌에서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성덕을 교묘하게 교란시키는 이단 교리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즉, 하느님도 육신도 거부하면서 신비생활을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현대의 영지주의와 자신의 힘만 앞세우고 정해진 규범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개인주의에 빠져 자신의 우월성만 강조하는 현대의 펠라기우스주의가 그것입니다. 따라서 교황님은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징표가 되는 우리의 자세로 항구함과 인내와 온유함, 기쁨과 유머 감각, 담대함과 열정, 공동체성, 그리고 지속적인 기도를 제시했습니다. “저의 소박한 바람은 많은 위험과 도전과 기회를 안고 있는 우리 시대에 맞갖게 실천적 방식으로 성덕의 소명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게 하려는 것입니다.”(2항)



우리는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역대 교황님들이 그리스도인의 영적 유익을 위해 고민하시고, 심사숙고해 결단을 내리셨던 모습을 발견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함께했고, 또 함께 하고 있는 교황님들에게서도 같은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러므로 교황님들이 발표하는 문헌들만 열심히 읽어도 그리스도인이 나가야 할 올바른 영적 여정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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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 거룩하신 그 이름을 찬송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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