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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44)멈춰서 집중할 때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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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다. 만나면 편하고 마음의 여백을 주는 사람. 어떤 이야기를 해도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아이들 수업을 위해 매번 2시간 이상을 버스와 전철을 바꿔 타고 오는 J씨가 그렇다. 어느 날 나는 그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수녀님, 저는 여기 오는 2시간이 너무 좋아요”라고 해맑게 말했다. 그러면서 “결코 지루하거나 힘든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의미 있고 평화로운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때 그의 따뜻한 마음이 말과 눈빛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같아 더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J씨는 어디를 가든 오고 가는 중에 스마트폰은 거의 만지지 않는단다. 단지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한다고 한다. 버스와 전철 안에서 또는 거리에서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도 있지만 J씨처럼 독서와 기도만으로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J씨가 시간이 많아서일까?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일까? 그렇지도 않다. J씨는 프리랜서로 강의하러 다니고 주말에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 게다가 노후 준비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공부도 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시간이 많은 사람처럼 여유가 느껴진다.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서두르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즐긴다. 그는 사람들이 가끔 자기를 보고 “수녀님이세요?”라고 물어서 당황할 때가 있다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진짜 수녀인 내가 더 부끄러웠다.

J씨의 한결같은 평온함은 어디서 왔을까? 책을 좋아하고 기도를 열심히 하는 그는 ‘멈춤’을 즐긴다. 사실 그렇다. 책을 읽을 때 내 일상의 분주함과 주변의 요란스러움이 멈춰진다. 그리고 기도할 때 마치 우주 밖에서 단지 나 홀로 하느님과 마주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독서와 기도 습관은 흔들리는 외부 상황보다는 고요한 깊은 심연에 더 머물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책 읽기는 기도할 때와 유사한 뇌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할 때 뇌는 집중하게 되는데 이때 몸이 차분해지면서 마음이 고요해진다. 신경학자들은 우리의 뇌는 명상이나 기도 그리고 책 읽을 때 집중하는데, 이는 영적인 경험을 할 때에 보이는 신경 반응과 유사하다고 한다.

모든 마음 수련은 집중력이다. 집중력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덕목이며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도, 대화도, 기도도, 관계도, 반성과 성찰도 모두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 집중력은 완전히 현재에 머물게 하고 마음에 깊은 평화를 준다. 멈춰 사색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나 신경증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니 집중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말을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집중 여부와 행복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자들에 의하면 몽상을 많이 하고 오만가지 생각으로 산만한 사람은 덜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는 멈춰 머물고 주의를 집중할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실 좋은 책은 읽다 보면 지식이 아닌 지혜가 쌓이고 정신이 아닌 마음이 깊어지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한글을 스스로 깨친 나의 어머니는 신심 활동을 위한 다양한 책을 열심히 읽으면서 아름다운 노후를 보냈다. 어느 날 어머니의 일생을 회상하면서 옛 사진들을 보다가 어머니의 얼굴이 유독 빛나기 시작했던 시점을 찾아냈다. 바로 성당의 신심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기도생활을 즐겼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독서를 제대로 시작한 것도 그때였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글을 열심히 따라가던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노인이 읽기에 쉽지 않은 영성 서적을 읽으면서도 “재미있다”며 환한 미소를 보여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성찰하기

7 의식적으로 한 곳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집중의 근육을 키워요.

8 매일 아침 5분, 뇌가 행복할 수 있는 한 단어(사랑, 감사, 우정, 기쁨, 인내 등)만 반복해서 떠올리며 몰입해요.

9 매일 저녁 5분, 한 문장(성서 구절 혹은 축복의 기도나 감사기도)만 반복해서 떠올리며 온전히 집중해요.

그러다 점차 시간을 늘려 가면 좋겠지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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