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3)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루카 3,10)

중독적 사고 벗어나 나눔 체득하기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나눔 실천으로 이웃을 초대하는 대림 3주간이 시작되었다. 병원에는 막 태어나는 아기부터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갖가지 질병을 안고 병원을 찾아온다. 내가 일하는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옆에는 병원 사회사업팀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내원하는 환자 중에 경제적으로 어렵고 진료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할 때 사회사업팀에 의뢰하게 되고, 상담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곤 한다.

알코올의존치료센터도 예외는 아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은 듣는 질문은 “8주간 치료비가 얼마나 들어요?”이다. 잦은 재발로 폐쇄 병동 입ㆍ퇴원을 반복하면서 본인과 가족들이 지쳐 있고, 이미 체념한 상태인 데다 더는 도와줄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혹은 가족 상담을 한 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지나 동기가 분명하다면 치료비를 걱정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준다. 특별히 “하느님께서 당신을 위해 치료비를 준비해 놓으셨다”고 이야기를 하면 놀랍게도 하느님은 그들을 위해 치료비는 물론 그 이상의 것을 채워주신다.

가족과 사회와 분리되지 않고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주간을 가정에서 출퇴근하며 교육을 받게 되는데, 교육 중이거나 수료 후 센터를 이용할 때 가능한 도시락을 지참하여 센터 내에서 점심을 드시도록 하고 있다. 굳이 도시락을 지참토록 하는 것은 여러 가지 교육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 나가 식사를 하면 술에 대한 유혹도 있을 수 있지만, 치료 효과가 있기에 그렇게 한다. 좋은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품위 있게 식사를 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가족적 사랑을 회복하고, 외식을 줄이면서 건강생활을 돕는다.

더 중요한 의미는 빵을 나눔으로써 나눔의 실천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술 중독에 빠져들면 중독적 사고를 하게 된다. 중독적 사고는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 사용이 가져다주는 효과만을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강박 사고(obsession)와 오랜 기간 술이나 약물 사용이 자신에게 손상을 주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합리적으로 충동을 표출하거나 갈망하는 강박 행동(compulsion)으로 나타난다. 그런 이유로 몸과 정신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데에 장애가 발생해, 자기중심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많이 하게 된다.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알코올의존치료센터에서는 이런 중독적 사고들을 교육과 실천을 통해 서서히 바꾸어가도록 돕는데, 그것이 영적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중독에서 회복되는 분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기쁘게 실천하려 노력한다. 넉넉하지 않아도 주변을 살펴주고, 다른 분들과 작은 것을 나누며, 가족들에게 끼친 고통을 보상하려고 애쓴다. 오늘도 알코올의존치료센터의 냉장고는 여러 가지 종류의 맛있는 김치로 그득하고 비워지면 누군가 냉장고를 또 채워놓는다. 매 순간 5000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과 가난한 이들이 나누는 ‘자선의 의미’를 회복하는 분들에게서 배우고 있으니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전화 : 032-340-7215∼6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12-1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8

시편 25장 10절
주님의 계약과 법규를 지키는 이들에게, 주님의 길은 모두 자애와 진실이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