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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19)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루카 19,38)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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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인 느낌이 들게 한다. 아무도 탄 적이 없는 어린 나귀 한 마리를 얻어서 타고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으시며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왠지 나에게 가슴 시리게 느껴지는 것은 수난의 예고가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한다.

상담하다 보면 아픈 이야기부터 꺼내는 이도 있지만 좋았던 일, 기대했던 일, 희망적이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수녀님, 우리 아들은 공부도 잘했고 학교나 가정에서 속을 썩이지 않는 모범생이었어요. 자식 중에 가장 착하고 말 잘 듣는 아들이었어요. 지금도 술만 먹지 않으면 정말로 착해요”라고 하면서 아들 자랑부터 하는 이도 있다.

그러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착한 아들의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우리 삶 속에는 수많은 아픔과 고통, 성장의 진통으로 인한 어둠도 있지만, 그보다는 밤하늘의 별처럼 수없이 아름다운 모습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별처럼 영롱한 모습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모습은 짧은 생애지만 영웅처럼 빛나던 그분의 존재에 비하면 초라한 장면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깊은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모습인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5년 전 센터에서 8주간의 재활프로그램을 마치고 지금도 단주를 이어가고 있는 이가 있다. 폐쇄 병동을 수없이 들락날락하면서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이제는 이혼하자, 더는 당신과 살고 싶지 않다”면서 아내가 이혼서류를 내밀었다고 한다. “이제 더는 내려갈 데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 아내의 손에 끌려오다시피 센터를 찾은 그는 8주간의 프로그램을 마쳤고 이후 그의 삶은 놀랍게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어느 날 상기된 얼굴로 자기 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직장에 다니는 딸이 전화 금융사기에 걸려 몇 해 동안 고생해서 벌어놓은 돈을 한꺼번에 사기당했다는 것이었다. 낙담한 채 실의에 빠진 딸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 같으면 “대학까지 나와서 너 바보냐? 생각이 있느냐?”면서 비난과 책망을 쏟아붓고 화를 내며 고함을 치곤 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리 딸 괜찮다. 네가 다치지 않았고 더 큰 일을 당하지 않았으니, 인생에서 큰 경험 한 거다.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라고 하면서 딸을 위로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자랑스럽고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딸의 존재를 더 크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사랑의 마음을 키워가고 있었다. 우리 각자 안에 있는 아름다움에 더 초점을 두고 바라보면 문제로 느껴지는 부분이 작은 일부일 수도 있다. 물질과 행위에 대한 중독도 마찬가지다. 중독 문제가 삶의 전부가 되지 않게 하려면 각자 안에 존재하는 영롱한 빛들을 먼저 찾아내고 별들이 빛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회복의 힘을 갖게 하는 동기가 된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전화 : 032-340-7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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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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