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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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주님 부활 대축일 - 빈 무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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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택 신부



예수님을 따르던 몇몇 여인이 주간 첫날 새벽 일찍이 준비한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갑니다. 무덤을 막던 돌이 굴려져 있었고, 주님의 시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황하는 여인들, 그리고 돌아온 그들의 말을 듣고도 믿지 않는 제자들, 일어나 빈 무덤을 확인한 제자들, 그리고 여전히 놀라워하는 그들…. 복음서가 전하는 부활 당일 풍경입니다.

부활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어떤가요? 부활절이 되었다고 부활 신앙이 마술처럼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진정으로 기쁜 소식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빈 무덤에서 목격한 제자들의 당황함, 믿지 않음, 놀라워함을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자들의 부활 체험이 빈 무덤에서 시작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활 사건은 분명 그들의 생각이나 기대 밖의 일이었습니다. 전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몇 번이나 말씀하셨지만, 그들은 그때까지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부활 신앙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각과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것입니다. 부활을 축하하며 인사를 건네는 우리 안에서조차도 부활은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빈 무덤을 찾았던 제자들처럼, 우리 안에도 그들과 같이 당혹스러움, 믿을 수 없음, 놀라움을 갖고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장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인들은 빈 무덤 속에서 돌아가신 스승을 찾고 있었습니다. 스승의 죽음은 그들의 모든 기대와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습니다. 그들의 삶을 환하게 밝혀주었던 스승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죽음이 그들의 온 정신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눈부시게 차려입은 남자 둘’이 나타나, 두려움에 얼굴을 땅으로 숙인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

이 말씀은 무엇이 지금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죽음과 어둠, 좌절과 절망, 슬픔과 의기소침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빈 무덤 주변에서 배회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련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보리라는 삶에의 열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전혀 새로운 희망으로 밝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 신앙은 빈 무덤을 통해 시작됩니다. 오늘도 우리는 제자들과 함께 빈 무덤에서 죽음을 넘어서는 주님의 사랑이 지닌 권능을 발견하도록 초대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그동안 우리 영혼이 얼마나 메말라 있었는지, 얼마나 그분 사랑에 목말라 하는지 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 우리는 진정한 사랑을 바랍니다. 한결같고 거짓 없으며 배반하지 않는 사랑, 모든 것을 견디어 내고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는 사랑, 죽음까지도 이겨내고 일어서는 불멸의 사랑을 말입니다. 빈 무덤이 의미하는 바는, 벗을 위해 생명을 내어놓으신 예수님의 사랑이 죽음을 물리쳤다는 것입니다. 그 영원한 사랑에 존재의 문을 열 수 있을 때, 우리가 이미 선물로 받은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그리고 그 은총으로 모든 것이 족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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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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