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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24)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40년 음주를 끊게 한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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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들에게 강조되고 있는 사랑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중독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만나는 사도직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일은 수많은 갈등과 고뇌의 과정을 거쳐 진통의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그래서 소중하고 귀한 일이다.

5년 전 상담 후 지금까지 단주를 유지하고 계신 선생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친 아내는 폐쇄 병동을 퇴원하는 날 센터를 방문해 상담했다. 남편은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폐쇄 병동을 20회가 넘도록 들락거렸고 혼자 아이들 세 명을 낳아 키우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다.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듯 남편 이야기를 하면서 허전한 미소를 짓던 모습이 생각난다.

“수녀님! 남편이 여기서는 될까요? 안 될 거예요. 이제 모두 놓고 떠나고 싶어요. 아이들도 성장했으니 각자 알아서 할 것 같고요…. 하지만 연로하신 시부모님들이 걱정돼요.” 씁쓸한 미소에 그늘진 얼굴에는 우울감이 가득해 보였다. 대화하면서 아내와 엄마로 며느리로 견디면서도 시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연민을 가지고 있는 아내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마음이 따뜻해 보였다. 그래서 희망의 이야기를 꺼냈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다시 시작해 보자고 용기를 주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신교 신자였던 아내는 캄보디아 봉사를 일주일 다녀올 예정이었다. “수녀님, 제가 집을 비우고 혼자 센터에 나오게 하면 또 술을 마실 텐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단호하게 “남편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으니 캄보디아 봉사 기쁘게 다녀오시면 좋겠다”고 답을 했다.

그 이후 센터 프로그램을 시작한 남편은 어렵고 힘든 과정을 치러야만 했다. “중간에 포기하고 달아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시부모님을 극진하게 모신 아내를 생각하게 했고, 고생한 아내 이야기로 용기를 내도록 힘을 주었다. 어렵게 4주 정도의 프로그램을 하던 어느 날 명상시간에 떨리는 목소리로 아내에게 미안함, 고마움을 이야기하면서 울컥하셨다.

그 후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성경을 열심히 읽고 필사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과제 제출에도 최선을 다했다. 8주 프로그램을 마치고 졸업하던 날! 연로하신 부모님과 아내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부모님들은 며느리에 대한 고마움을 졸업 소감으로 말씀해주셨다. 이 세상 어떤 졸업식보다도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40년 동안 마시던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게 하신 하느님과 수녀님들,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분에게는 기적 같은 일들을 일어나고 있다. 단주는 물론이고 하고 싶었던 면학의 꿈을 키우기 위해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하고 남은 생애를 중독자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중독재활학과에 입학해 현재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있다. 이제는 멋진 남편으로 자식으로, 세상에 필요한 존재로 새로 태어나고 성장하고 있으니 놀랍기만 하다. 무엇보다 가족을 예수님 사랑으로 지켜온 아내가 아름답고 고마울 뿐이다.

중독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의 계명을 재발견하도록 이끄는 가족 사랑이야말로 얼마나 경이롭고 놀라운 일인가?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 : 032-340-7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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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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