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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65)내가 사랑하는 것, 어쩌면 사랑이 아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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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S 자료 사진




“Y씨는 잘 지내나요?”

“에그, 모르고 계셨구먼.”

“왜요? 뭔 일이 있었어요?”

“몇 년 전에 다른 여자와 눈 맞아서 부인과 자식 두고 떠났어요.”

“네?”

“나쁜 놈이에요. 아이들을 앉혀놓고 한다는 말이 뭐, 사랑을 찾아 떠나?”

Y는 아내에게 “결혼하고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는 무자비한 말을 남기고 떠났단다. 충격이었다. 그는 오래전, 자기가 그토록 좋아했던 일과 고향을 모두 포기하고 ‘행복한 적이 없었다’는 그 여자를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진짜 사랑을 찾아갔다고? 그가 믿는 ‘사랑’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가 사랑한다고 믿는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 있을 때 동네에서 만났던 한 아이가 떠올랐다. 만날 때마다 아이가 끌어안고 있던 그 인형. 누렇다 못해 꾀죄죄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코도 떨어져 나갔고 옷도 낡아 엉덩이가 다 보일 정도였다. 아이는 밥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외출할 때도 꼭 그 인형을 챙긴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사랑하고 집착한 대상이 과연 그 인형이었을까? 그때 나는 ‘아이와 엄마의 애착 관계가 잘못되진 않았나?’하는 의문을 가진 기억이 있다. 아이는 모른다. 자기가 왜 그 낡은 인형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지를.

“당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그것, 어쩌면 진짜로 사랑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철학자 제임스 스미스의 말이다. 그리고 그는 ‘당신이 갈망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이라고 한다. 그 갈망에 끌려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면 내가 간절히 바라고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갈망은 무의식 속에서 끌고 가기에 알아채기도 감당하기도 어렵다. 이런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잡히는 것’, 진짜 나의 사랑은 내가 알고 믿는 게 아니라 매일 갈망하면서 무의식 속에 이뤄지는 은밀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매일 아침, 묵상하고 기도하고 미사에 참여한다. 수없이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기도로 이어지는 하루지만, 아침에 고백한 기도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때가 많다. 나는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수도자인 내가? 그럼 난 뭐지? 내가 사랑하고 믿는 것보다 더 큰 힘, 바로 갈망이다. 갈망은 생각과 행동을 좌지우지한다. 아니 아예 정복해 버린다.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스마트폰을 만진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말을 하고 화를 낸다. 내 마음속 불안과 결핍이 갈망이 되고, 습관이 되어 일상이 되고 내가 된다.

Y가 진짜 사랑하는 대상이 지금 새롭게 만난 그 여자일까? 어쩌면 그는 자기 욕망을 채워줄 ‘엄마’를 찾고 헤매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엄마’가 곧 자신과 가족을 품어야 할 ‘자기’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는지도.



성찰하기

1.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매 순간 소중한 사랑의 대상을 갈망합니까?

2. 원하지 않는데도 자꾸만 손이 가고 시간을 소모하고 일상이 되는 것들, 드라마, 스마트폰, 알코올, 담배, 음란물…. 진짜 나의 존재를 만들어주는 내 마음속 갈망을 찾았으면 합니다.

3. 선한 갈망과 영적 갈망을 습관화하는 훈련에 도전해보지 않으렵니까?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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