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도직 현장에서] 부러진 나뭇가지, ‘대건이 형’이 그랬겠지

김성태 신부 (대전교구 솔뫼성지 전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김성태 신부



성지에는 소박한 곡선으로 수줍게 멋을 부린 아름다운 한옥이 들어서 있다. 복원된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다. 거기서 동쪽으로 열린 큰길을 따라 몇 걸음만 바삐 가면 육중하고 둥그런 게 우리 집이다. 나와 보좌신부가 사는 이 집을 ‘기념관’이라고도 부르고, 성당이 있어서 그냥 ‘성당’이라고도 한다.

우리 집이랑 김 신부님 집은 거리도 가깝거니와 거의 매일 찾아가는지라 굉장히 가까운 이웃이다. 어제도 가서 문간을 향해 큰 소리로 “대건이 형! 뭐하나? 나랑 놀자” 하고 부르자, 어린 대건이 “이~, 왔니? 나무타기 헐래” 하며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로 화답하며 방문을 열고 뛰어 나오는 행복한 상상을 했더랬다.

그다음으로 자주 가는 곳은 동상이 있는 언덕 마루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관이 일품이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순례자들의 모습이 다 보이는데 때때로 때 묻은 바지저고리를 추어올리며 ‘대건이 형’이 달음질쳐 올 것만 같다.

동상에서 집으로 내려가다 커다란 늙은 소나무에서 부러져나간 가지의 흔적을 발견했다.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자동으로 발동하여 조사에 들어갔다.

나무 굵기나 모양을 보건대 200년은 훨씬 넘었을 것이다. 작은 나무였을 때 누군가가 이 나무를 타고 올랐다가 가지를 부러뜨린 것이 틀림없다. 나이는 7살 안팎으로 추정되었다. 그렇다면 200년 전쯤에 이곳에 살던 개구쟁이 어린이 하나에 강한 의심이 간다. 그 이름은 김대건이다. 어릴 적 그는 동네 개구쟁이들과 어울려 저 언덕 마루에서 놀았을 것이고, 이 나무들에 자주 올랐다가 급기야 부러뜨리고 말았을 것이다.

김대건 신부님을 형으로 부르고 싶은 나의 불경스러움은 반성의 여지가 있다. 그래도 어쩌랴. 집과 나무와 언덕 마루에 오면 자꾸 형처럼 부르고, 의지하고, 주저리주저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을.

아, 오늘 난 좀 바쁘다. 이 글을 얼른 써놓고, ‘대건이 형’ 집에 마실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태(대전교구 솔뫼성지 전담)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8-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야고 5장 9절
형제 여러분, 서로 원망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심판받지 않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