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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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80)나이 듦의 축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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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

친구 수녀와 담소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툭 내뱉은 말이다. 그런데 조용히 듣고 있던 친구가 목소리 톤까지 높여가면서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그렇지? 나도 딱 십 년만 젊었다면 뭔가 더 해볼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말하곤 우리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친구와 난 알았다. 우리가 참 의미 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면서 나의 목구멍에서 간질간질 차오르는 말, “어쩌면 우린 십 년 후에도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 조금만 더 젊었어도…라고.” 하지만 꾹 참았다. 웃고 있던 친구의 얼굴이 갑자기 우울해 보여서.

어느덧 폭염이 사그라지면서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그런데 여지없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있다. “아, 벌써 가을이 오는 거야!” 해가 바뀌고 월이 바뀌고 주가 바뀔 때도 한결같이 나오는 말, “벌써? 시간이 너무 빨라.” 이거 뭐 유행가 후렴구도 아니고 돌고 또 돌다 헛도는 말들 아닌가. 그러면서 영원히 살 것 같은 이 세상에서 머물 날도 그리 길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다.

무엇이 나이 듦을 불편하고 서글프게 만드는 걸까? 나이가 들면 막연히 많은 것이 좋아지리라 상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일까? 나이가 들면 저절로 여유도 생기고 관대해질 줄 알았는데 희망한 그것과 너무도 달라서일까? 나이가 들면 웬만한 것은 그냥 다 넘길 줄 알았는데 뭐가 그리도 불편한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그렇다. 나이가 들면 조금은 더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다. 더 지식도 많아지고 더 지혜로워지고 더 많은 것을 품고 더 많이 내려놓을 줄 알았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면서 그런 척하는 것도 늘어가는 것 같다. “뭐, 이 나이에 그런 것 가지고…” 하면서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 괜찮지가 않다. 함부로 나대는 후배에게 “이해해”라고 입으론 말하면서도 “건방지구나” 하는 소리가 속에선 시끄럽다.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하지만 자꾸 신경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고 쿨한 표정을 짓지만, 이 또한 거짓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 솔직히 두려운 일이다.

언젠가 조금 더 나이 든 어른과 조금 더 젊은 어른이 말다툼하고 있었다. 조금 더 나이 든 어른은 “어른한테 그렇게 함부로 대들면 못써!” 하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조금 더 젊은 어른은 큰소리로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하셔야지요” 하면서 “고상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잔소리도 불평도 많은 어른이 무슨 어른이냐”며 계속 투덜거렸다. 조금 더 나이 든 어른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로 혀를 끌끌 차며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서로 ‘나를 인정해줘!’라는 욕구를 저렇게 표현하고 있구나. 그러면서 나이 들어 불편하고 서글픈 이유는 단 하나, 인정욕구 아닐까 싶었다.

나이 들어 누군가 나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고 인정해 달라고 아등바등 살지는 말아야겠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으로 우왕좌왕하는 데 시간 보내기보다 나의 시선으로 내 마음을 돌보는 데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 나이가 들면서 멋진 어른이 되지는 못해도 멋지지 못한 내 모습을 그대로 봐주는 것도 좋다. “괜찮다” 하면서 ‘괜찮지 않은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 나이에 뭘” 하면서도 이것저것 신경 쓰는 지질한 나를 수용해주는 것도, 누군가의 공격에 맞대응하고는 부끄러워하는 나를 보듬어주는 것도, 이 모든 내 안의 불협화음과 한계를 감당할 수 있는 것도 나이 듦의 축복 아닐까. 나이 들수록 더 설레고 아름다운 나날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성찰하기

1. “내 나이 쉰 살인데 어떻게 해?” “내 나이 칠십이니 절대 못 해!” 하면서 나이 탓하는 습관을 내려놓아요.

2. “내 나이 오십에 이런 것을 할 수 있어 고맙다” “칠십이란 나이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설렌다” 하며 나이 덕에 경쾌한 인생을 살아요.

3. 나 자신에게 매일 말해줘요. ‘나이 듦이 참 좋다.’ ‘나이 듦이 설렌다.’ ‘나이 듦이 고맙다.’ 시간은 막을 수 없지만, 마음만은 나의 자유고 선택이잖아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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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9-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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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19. 9. 16

에페소서 4장 16절
그분 덕분에, 영양을 공급하는 각각의 관절로 온몸이 잘 결합되고 연결됩니다. 또한 각 기관이 알맞게 기능을 하여 온몸이 자라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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