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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기적의 한글 교육

박태순(마리아, 제주교구 우도공소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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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순 선교사



올 3월에 글을 모른다며 자주 한탄하시는 김계옥(아녜스, 87세) 할머니에게 해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글을 가르쳐 드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할머니도 선뜻 배우겠다고 하셔서 우도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교재를 구하였다. 그 길로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 책을 선물하고 조금 가르쳐드렸더니 책을 가슴에 꼭 안고 감격해 하시며 연신 감사하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지난해에 병자 영성체를 하셨을 정도로 매우 편찮으셔서 정해진 진도를 나간다거나 받아쓰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저 자비의 하느님께 의탁하며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부지런히 할머니 댁을 오가며 공부보다는 훨씬 더 많이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건강을 보살펴드렸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더 건강해지시고, 힘도 생기고, 말씀도 힘차게 아주 오랫동안 잘하시게 되었다. 성당에 오셔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셨으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한결 그윽해지셨다.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며 율리안나 자매님은 봉사가 눈을 뜬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8월 말에는 에어컨을 설치하러 온 기사가 할머니에게 서명해달라고 했는데 쓰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아직은 어려운듯하여 미루고 있었던 이름을 꼭 안 보고 쓸 수 있게 지도하여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연이어 3일을 알려드렸더니, 아~ 정말로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안 보고 쓰시는 것이 아닌가! 6개월 만에 이룬 이 기적과도 같은 현실이 얼마나 놀랍고 기쁘던지…. 손뼉을 치며 탄성을 질렀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제는 자동가스차단기를 달거나 생필품 등을 배급받을 때 척척 서명도 하시고 하느님과 예수님 등도 읽고 쓰게 되셨다. 앞으로 주요 기도문뿐만 아니라 미사 중에 ‘독서’를 하며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는 그 날이 꼭 오기를 매일 간절히 기도드린다.



박태순 마리아(제주교구 우도공소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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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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