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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그리스도왕 대축일 -가시관 쓰신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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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택 신부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이때 교회는 그리스도 신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에 대해 묻도록 초대합니다.

하느님 하면 사람들은 보통 강한 능력을 지닌 전지전능한 존재를 떠올립니다. 모든 것을 미리 알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줄 알며 어느 곳에든 존재할 수 있는 존재. 그러나 그러한 존재는 인간이 상상 속에 만든 가상의 존재가 아닐까요? 그렇기에 현실의 어려움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응답하지 못하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외면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하느님의 침묵 앞에서 실망하는 이유는 하느님에 대한 그들 자신의 생각에 매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하느님을 믿습니다. 우리는 바라는 것을 즉각적으로 들어주는 하느님을 믿지 않습니다. 그러한 하느님은 우리가 만들어놓은 우상이며, 성경의 전통에 따라 그리스도 신앙은 그러한 우상숭배를 강하게 거부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인간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 놀라운 방식으로 다가오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하느님의 놀랍고 새로운 모습은 특별히 구유와 십자가에서 드러납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연약하고 나약하며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 아기로 오신 하느님을 고백합니다. 또한, 가시관을 쓰고 모욕을 당하며 온몸에 상처를 입은 죄인이 되어 십자가 위에서 죽은 구세주를 고백합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연약한 아기로, 가시관을 쓰신 임금으로 당신을 드러내셨음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난센스입니다. 그러나 믿는 우리에게는 기쁨이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저 먼 하늘 위에 홀로 머물러 계시지 않고 우리 안에 오시어, 성부 성자 성령 삼위께서 나누고 계신 사랑의 친교, 신적 생명으로 우리 인간을 초대하고 계심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구세주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어둡고 쓸쓸한 밤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마구간에 오셨습니다. 그분은 가장 불쌍하고 버림받은 인간을 보살피기 위해 그들과 어울리고 사귀셨으며 그들과 친구가 되셨습니다. 그분은 인간의 죽을 운명까지도 받아들이셨으며, 그 앞에서 고통스러운 번뇌의 순간도 경험하셨습니다. 그분이 지상 생을 마감하신 곳은 철저한 고독 속에 버려진 십자가, 인간이 가장 외롭고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곳이었습니다.

무엇이 인간을 구원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진정 자유롭게 하며, 고통과 슬픔, 좌절과 절망, 죽음과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주는가? 그리스도 신앙은 답합니다. 사랑으로 당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시련과 환난 중에도 살아갈 수 있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의 삶 가장 깊은 곳에 들어와 나와 함께 계시고, 나의 고통을 잘 알고 계시며, 나를 위로해주시는 ‘누군가’ 곧 주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당신 사랑의 힘으로 세상의 모든 권세와 죽음을 이겨내신 승리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분을 왕으로 고백하는 교회의 신앙 안에서, 죽음을 이기신 바로 그 사랑이 우리의 온 존재와 마음을 사로잡고 다스리실 수 있도록, 우리를 온전히 그분 사랑에 내어드릴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



※그동안 ‘생활 속의 복음’을 연재해 주신 한민택 신부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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