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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1주일 - 그러니 깨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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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요비 주교



제가 서울 포이동본당에서 사목할 때 한 복사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초등학생 안토니오가 동화책을 읽다가 주인공 어미 토끼가 어린 새끼 토끼들을 남겨둔 채 죽는 대목에서 “아니 그러면 나를 사랑해 주는 엄마도 돌아가신단 말인가!” 하고 소리쳐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무려 3일간이나 식음을 전폐하고 깊은 슬픔에 잠기더랍니다. 어머님은 당신이 아는 온갖 교리 지식을 다 동원하여 “우리는 죽더라도 영원히 산단다!”라고 설득하였고 그제야 아이는 겨우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불교의 창시자 싯다르타가 젊은 시절에 생로병사(生老病死) 안에 깃들어 있는 인간의 실존적인 고통을 통찰한 지혜가 떠올라 어린이 미사 중에 “우리 안토니오는 천재다! 종교적인 천재야!”라고 칭찬하였습니다.

오늘 대림절을 시작하는 첫날에 주님의 재림(parousia)을 깨어 준비하는 삶이란 무엇보다도 먼저 죽음으로 운명 지어진 인간의 기본 처지를 번뇌와 슬픔으로 깨닫고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노아의 홍수 때 세상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상기시켜 줍니다.(마태 24,37-39)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의 삶을 여실히 밝혀 줍니다. 특별히 한국 사회에 만연한 끔찍한 재난 사고 앞에서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소홀히 대하고 살아가는 시민들의 안전의식 불감증과 국가 기관들의 감독 소홀과 늦장 대응에서 잘 드러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물질적 풍요가 안겨주는 소시민적인 안락함과 유물(唯物)주의에 온전히 매몰되어 ‘지금 여기’의 삶이 전부인 양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그러니 깨어 있어라!’(마태 24,42)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마태 24,44)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창조하셨기에 시간의 주인이십니다. 하느님은 영원한 현재이십니다.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시간관을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갈파하였습니다. “따라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시간이 있다고 말함이 옳지 못할 것이요, 차라리 과거의 현재, 현재의 현재, 미래의 현재, 이렇게 세 가지가 영혼 안에 있음을 어느 모로 알 수 있으나 다른 데선 볼 수 없사오니, 즉 과거의 현재는 기억이요, 현재의 현재는 목격함이요, 미래의 현재는 기다림입니다.”(고백록 11권 20장)

그렇다면 이 영원한 오늘이신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이미 우리 곁에 와 계시고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계신 주님(묵시 3,20)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는 감각적인 온갖 유혹과 우리의 영혼을 헷갈리게 하는 이 세상의 그릇된 사조(思潮)와 악령(惡靈)에 대항하는 영적인 투쟁(에페 6,10-20)을 용감히 받아들이고 사는 나날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로마 13,12)



구요비 주교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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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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