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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복음] 대림제2주일 - 먼저 회개하고 마음을 비워라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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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만 신부



사제들이 하는 말 중에 “강론과 고해성사만 없다면 사제직은 천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신자들을 신앙적으로 가르치거나 회개시키는 것이 매우 힘들고 어렵기에 나온 말이다. 그런데 사제로 35년 넘게 살다 보니 정말 어려운 것은 정작 남의 강론을 듣는 것과 자기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었다. 특히 신자들의 죄를 사해 주는 처지에서 자신도 매번 죄를 찾아 회개하고 고해성사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열심히 산다고는 했지만, 그동안 스스로 만든 자신만의 성채 속에서 그만큼 완고해졌기 때문이리라.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와 사두가이들도 요한 세례자의 설교를 듣고 세례를 받기 위해 오기는 했지만, 그들 또한 율법을 통해 남들의 죄를 판단하고 단죄를 하는 사람들로서 행여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요한 세례자는 이들을 보자마자 대뜸 ‘독사의 족속’이라고 비난하면서 화를 피하려면 “우선 회개하고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 하고 있다. 이 말에 그들 대부분이 매우 당혹스럽고 불편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자기들은 이미 율법대로 잘살고 있는데 뭘 회개하라는 것인지 서로 묻기도 하고 일부는 그 자리를 떠나고 있다.

우리는 대체로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보다 더 옳고 바르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신앙생활에 매진하여 깊이 의식화되고 습관이 된 신자일수록 회개하기가 무척 힘들다. 그리고 세상의 죄악들은 다른 사람들의 잘못들이 문제이지 자신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이 ‘지적질’이고 제일 어려운 것이 ‘회개’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신자들도 이 회개를 아주 소홀히 하고 있다. 우선 죄를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해서 그렇기도 하고, 끝없는 변명으로 죄를 합리화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회개에 따르는 그 은총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믿음생활에서 회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하신 첫 설교 말씀이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인 것을 보면 ‘회개는 하느님 나라의 출입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무리 기도와 선행과 자선 등으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죄에 대한 회개가 선행하지 않으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회개를 통한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회개를 하면 죄 사함의 은총을 받는다. 죄는 시간이 가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전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 해결은 단 하나 회개하는 것뿐이다. “만일 우리가 죄 없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우리 안에 진리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죄를 고백하면, 그분은 성실하시고 의로우신 분이시므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해 주십니다.”(1요한 1,8-9)

그리고 덤으로 회복의 은총도 주어진다. “내 이름으로 불리는 내 백성이 자신들을 낮추고 기도하며 나를 찾고 악한 길에서 돌아서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며 그들의 땅을 회복시켜 주겠다”(2역대 7,14)는 말씀은 우리가 아무리 죄를 많이 지었어도 진정한 회개를 하고 돌아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복구되고 회복됨의 보증이기에 이것만큼 큰 은총은 없을 것이다.

대림 시기 동안 우리는 우선 회개로 시작하여 완고해진 우리의 마음을 비워 놓고 주님을 맞이하도록 해야 하겠다. 그래야 세상 것으로 힘주던 우리가 겸손으로 낮아지고, 용서가 필요한 죄인임을 깨달을 때, 그 마음속에 주님께서 오실 것이기 때문이다.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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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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