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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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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사준 제 1주일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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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택 주교

 

 


한 해의 전례력은 ‘구세주의 탄생’과 그분의 ‘수난과 부활’이라는 구세사의 가장 정점을 이루는 두 사건을 축으로 성탄 시기와 부활 시기가 중심에 자리하고, 그 시기를 잘 준비하기 위한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가 각각의 시기 앞에 배치되어 있으며, 나머지 일상의 연중 시기로 구성됩니다. 전례력은 그냥 매년 반복되는 교회 달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으로 낳으시고, 영원한 생명에로 불러들이고자 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구체적 표현 통로’입니다. 그 안에는 설혹 우리가 죄를 짓는다 할지라도 우리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질긴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전례 시기를 통과하면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만나도록 교회는 우리를 초대합니다.

지난 재의 수요일, 이마에 재를 바르며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19 참조)는 말씀을 들으며 사순 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세의 직접적인 감각 세계 안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에게, 잊고 있던 이승 삶의 시작과 마침 지점이 어디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줍니다.

전례력으로 사순 시기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신 예수님의 부활을 잘 준비하기 위해, 우리의 죄를 뉘우치고 희생과 보속으로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 하느님을 향해 삶의 방향을 다시 정위시키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더 나아가 사순 시기는 보속의 시간만이 아니라, 우리 삶과 세상 안에 피치 못하게 존재하는 삶의 부정적인 체험들, 예컨대 죽음, 질병, 고통, 실패, 거부, 좌절 등의 숨은 의미도 다시 생각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영원한 실패로 끝나버린 것이 아니라, 부활이라고 하는 궁극적 승리로 가는 과정이었듯이, 우리 삶에 피할 수 없는 여러 모습의 부정적인 체험들도 우리를 ‘실패자’로 남게 하는 불운한 운명의 무게가 아니라, 그 부정적 체험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고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 그 하느님의 사랑을 새롭게 만나는 숨은 하느님의 초대장임을 묵상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의 전례에서는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에 앞서 40일간 단식하시며 악마의 유혹 앞에 서심으로써 우리 인간과 같은 상황을 우리에 앞서 겪으신 모습을 들려줍니다. 이는 첫 번째 독서로 들은 창세기의 첫 인간,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금령을 어기고 불순명으로 죄를 짓는 모습과 대조되어, 하느님 말씀에 순명하여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시고, 훗날 끝내는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순명하시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구원을 이루시게 될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우리도, 먼지에서 난 우리네 삶 - 하느님이 사랑으로 우리를 존재에로 불러주지 않으셨다면 존재조차 없었을 우리네 삶이 궁극적으로 돌아갈 지점을 묵상해 보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갖가지 고통과 시련 속에 감추어져 있는 하느님 사랑의 손길을 만나는 시간이 되어 봅시다.





정순택 베드로 주교 |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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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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