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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작은 변화가 큰 변화 가져오길 기대하며

박경옥 (모니카, 서울 가톨릭 여성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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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옥 원장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심한 여성일수록 차별과 여러 형태의 가정폭력 위험에 노출된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은 집을 떠나고, 엄마가 집을 떠나면 자연적으로 집에 남게 된 아이들도 결국 가출하면서 성폭력의 위험에 처한다.

생계 수단을 위해 성매매의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던 10대 소녀는 임신한 몸으로 집을 나간 엄마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다음 날, 엄마는 만삭의 딸을 데리고 와 나를 붙들고 통곡했다. 엄마는 “다 제 잘못으로 딸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제가 죄인”이라며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나는 어린 딸의 인생을 위해 함께 협력해 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다.

가정폭력으로 사회적 문제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걸 알았다. 소외여성 문제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며 매달 교육과 미사를 통해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 나눔의 시간을 자주 만들었다. 회원 중 청소년 문제가 있으면 지도 신부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가출 청소년이 미혼모가 되어 여성의 집을 찾았을 때 산모의 아기에게 문제가 있어 오랫동안 입원과 치료를 받아야 하면 부천성가병원장이셨던 고 이완영 수녀님께서 무료 진료를 해주셨다. 또 심한 가정폭력으로 머리가 찢어져 급하게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여성, 눈에서 계속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여성, 팔이 부러진 여성 등 급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요셉의원 고 선우경식 원장님께서도 오랫동안 여성들을 무료로 치료해주셨다. 성심수녀회 고 김재순 수녀님은 가출한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여러 기관을 연결해주셨다. 지금까지 여성의 집은 교회와 함께 가정폭력, 성폭력, 노동 현장의 착취 속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사연들을 감당하며 신음하는 여성들에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40년을 한결같이 버텨왔다.



박경옥(모니카, 서울 가톨릭 여성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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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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