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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사순 제5주일 - 라자로야, 나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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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만 신부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인 라자로, 마르타 그리고 마리아의 3남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그 자매로부터 라자로가 병이 들어 위급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셨다. 평소 같으면 당장 달려가 고쳐주셨을 예수님께서 왠지 그곳에 이틀이나 더 머무르시는 바람에 결국 라자로는 죽었다. 그리고 라자로가 무덤에 묻힌 지 나흘이나 지나자 비로소 베타니아에 있는 그들의 집을 찾아가셨다. 마르타는 예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나가서 예수님을 만나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주님께서 구하시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하느님께서 다 이루어주실 줄 압니다”(요한 11,21-22)라고 했다.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아 라자로가 죽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마르타는 “지금이라도…”라는 말로 곁에 계신 예수님께서 무엇인가 해주시리라는 희망을 두고 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끝난 상황이지만 원하시면 지금이라도 당신의 일을 이루실 수 있고, 모든 상황을 역전시켜 주실 수 있는 분이심을 온전히 담고 있는 믿음이다.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의 고백을 들으시고 “네 오빠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요한 11,23)고 말씀하시니 마르타가 “마지막 날 부활 때에 오빠도 다시 살아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요한 11,24)하였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만난 방금 전에 “지금이라도”라고 말했는데, 예수님께서 라자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하시니 ‘지금, 여기서’라는 의미의 신앙 고백은 사라지고 “마지막 날 부활 때에”라는 말로 ‘다시 살 것’에 대한 현실적인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마르타는 정녕 부활을 믿으면서도 그 부활의 믿음이 지금 이 순간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은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무덤을 찾아간 막달라 마리아도 다르지 않았다. 누구보다 주님을 사랑했고 부활하실 것을 믿었음에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고 단지 동산 지기인 줄 알았다. 그녀도 부활의 믿음은 충만했지만, 현재 ‘지금, 여기서’ 그 부활을 볼 것이라는 확신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에게 ‘앞으로 일어날’ 신앙이 아닌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신앙을 갖도록 요구하신다. ‘먼 훗날 그렇게 해주시겠지!’라는 믿음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일과 영광이 드러나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믿음을 원하시는 것이다.

자매를 데리고 무덤에 이르신 예수님께서 “돌을 치워라” 하시며 다시 한 번 그들의 믿음을 요구하신다. 그러나 마르타가 예수님의 심정도 모른 채 “주님,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벌써 냄새가 납니다”(요한 11,39)라고 말하며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만 바라보는 나약한 믿음을 또다시 보이고 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네가 믿으면 하느님의 영광을 보리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요한 11,40)고 질책하시며, 현재 상황만을 보면 절망적일 수밖에 없지만, 하느님을 보면 어떠한 기적도 이루어 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신다.

그 믿음이 무엇인가? 그것은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고 무덤을 향해 힘 있게 외치는 믿음이다. 앞으로 부활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음을 고백하는 믿음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기보다는, 상황을 극복하는 살아있는 믿음으로 부활 신앙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하겠다.

“우리는 비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약한 것으로 묻히지만 강한 것으로 되살아납니다.”(1코린 15,43)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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