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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주님 수난 성지 주일 - 우리 병고 떠맡고 우리 질병 짊어지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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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요비 주교

 

 


금년 사순절 내내 우리 모두는 코로나바이러스19 전염병의 확산이 가져온 국가적 재난으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광야’의 시간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환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다 보니 미사가 없는 본당 공동체 생활을 처음으로 겪고 있습니다. 점점 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이 질병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많은 공포와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우리 신앙인은 깨어 있어 ‘시대의 징표’를 읽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찾는 은총의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을 살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요한 4,23)

오늘 주일 전례 중에 등장하는 당나귀는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수난과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고난받는 야훼의 종이신 예수님의 운명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예수님을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어린 양’(요한 1,29.36)이라고 고백하고, 오늘 마태오 복음의 수난기는 예수님께서 당신을 ‘넘겨줄 것이다’(Παραδστε, 파라도스테)라고 말씀하십니다.(마태 26,23-24) 이런 예수님의 의지는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아버지의 뜻이신 인류 구원에 응답하는 순종으로 표현됩니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마태 26,39.42)

이런 예수님의 순종은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제로 드러내는 것이기에 이웃과의 관계로 표현됩니다. 특히 이웃 형제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이 인간의 오만과 증오로 거절당할 때 이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짊어지는 십자가의 희생을 필연적으로 수반합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인간의 온갖 질병을 고쳐주시는 치유자이신 예수님에게서 봅니다.

많은 병자를 고치시는 예수님을 마태오 복음은 “‘그는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졌다’(이사 53,4)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마태 8,17)라고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치유하시고자 하는 인간의 병은 죄와 죽음을 포함한 육체의 질병까지입니다. 이 전인적인 치유인 구원을 위하여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의사가 병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직접 만나야 하듯이 우리의 구세주는 인간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하느님의 외아들로서의 모든 권능을 온전히 비우시고 인간의 모든 고통과 죄의 멍에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심으로 진정한 치유자이신 의사가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특별히 앓는 병자들을 ‘의료인’의 손으로 치유해 주시기를 원하십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을 자신의 건강과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적으로 돌보시는 의료인들과 봉사자들 안에서 우리는 또 다른 그리스도(Alter Christus, 알테르 크리스투스)의 모습을 뵐 수 있는 것입니다.



구요비 주교(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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