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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늘 푸름 철학

조창운 수사(늘푸른자활의집 시설장, 그리스도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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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창운 수사



인간의 고통은 개인만의 고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고통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늘푸른자활의집에서 생활하다 보면 시설장은 ‘주는 자’, 노숙인은 ‘받는 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솥밥을 먹고,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고, 주일 미사에서 성가를 합창하고,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주는 자’와 ‘받는 자’는 사라지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수평 관계로서 하느님의 같은 자녀임을 깨닫게 된다.

수도자이자 사회복지사로서 중요한 것은 이곳 거주 가족들에게 중독에서 벗어나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더는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학대하지 않고 내면의 힘을 키워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도록 도우며 그들이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이곳 공동체는 18가지 생활 철학을 가지고 중독으로부터 회복의 힘을 키워나가기도 하지만 매일 아침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늘 푸름 철학’을 힘차게 암송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늘 푸름 철학’은 이렇다.

“세상 어디에서도 마침내 나 자신에게서도 피난처가 없어서 여기에 왔습니다. 동료들과 눈과 가슴으로 내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감추고 싶은 부분이 드러나는 것을 인내하지 못한다면 편안해질 수 없습니다. 내 모습이 알려질까 두려워하면 나는 물론 동료들도 알 수가 없으며 혼자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공동체가 아니라면 어디에서 나를 똑바로 볼 수 있겠습니까? 이곳에서 함께 회복과 성장을 위한 나의 나눔은 꿈속의 거인도 두려움의 소인도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마침내 나 자신을 분명하게 드러낼 것입니다. 이곳에서 나는 더 이상 죽어 있는 외톨이도 아니고 자신과 가족에게 살아 있는 존재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분홍빛 진달래꽃이 활짝 웃는 오늘 아침도 늘푸른자활의집 거주 가족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늘 푸름 철학’을 힘차게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조창운 예로니모 수사(그리스도 수도회, 늘푸른자활의집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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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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