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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할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조창운 수사(늘푸른자활의집 시설장, 그리스도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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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창운 수사



늘푸른자활의집은 산 위에 있어 도시보다 봄이 더디 온다. 목련꽃이 이제야 피었다가 떨어지고 지금은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이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자연 속 공동체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이 주는 푸름과 고요함, 상쾌함, 싱그러움, 새소리, 흙내음 등이 각종 중독과 노숙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늘푸른자활의집에는 독특한 인사법이 있다. 모든 치료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샬롬(평화를 뜻하는 히브리어)” 하며 평화의 인사로 시작을 한다.

중독자로 살아온 그동안의 삶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불안과 초조, 창피, 자기 학대, 자기 비하, 자기 연민, 자포자기, 우울, 현실 회피 등으로 얼룩진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늘푸른자활의집에서 같은 중독의 병을 앓고 있는 동료들과 집중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응어리진 상처와 분노의 감정을 꺼내어 놓다 보면 서서히 자신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또한, 중독자로 살아오며 실타래처럼 엉킨 문제들을 천천히 풀어 가는 힘을 키우게 된다.

중독으로부터 회복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적인 힘이다. 거주 가족들은 수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겸손한 사랑의 삶을 통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열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영적인 기쁨을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강한 힘을 가슴 깊숙한 곳에 지니게 되는 것이다.

늘푸른자활의집을 통해 중독으로부터 회복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보통 사람들처럼 직장생활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자립 가족들. 주일이면 찾아와 함께 운동하고 정성스럽게 미사를 봉헌하며 중독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거주 가족들과 차를 마시며 경험담을 나눈다. 그런 자립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과 건강하고 활기차게 회복의 삶이 늘푸른자활의집 가족들에게는 가장 멋진 동기부여가 된다.

늘푸른자활의집 생활철학 12번째는 이렇다. “당신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공동체와 동료의 도움 없이는 변화도 성장도 회복도 할 수 없다. 동료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조창운 예로니모 수사(그리스도 수도회, 늘푸른자활의집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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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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