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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성모님! 어머니의 선한 자녀에게 치유의 은총을

조창운 수사(늘푸른자활의집 시설장, 그리스도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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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창운 수사



마더 데레사 성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그 어떤 병도 아니고 바로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현대 사회를 ‘중독과 고독의 사회’라고 한다. 보통 사람도 중독과 외로움에 순수했던 자신을 빼앗기고 괴로움으로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오랜 세월 지독한 중독의 병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밑바닥의 삶을 힘겹게 살아온 이곳 공동체 거주 가족들에게도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밤낮으로 잠잠하던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고 있다. 대부분 늦은 밤과 새벽녘에 얼큰하게 취한 목소리로 걸려오는 전화다. 치료프로그램을 받고 몸이 회복되면서 자신감과 힘이 생겨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 보겠다고 공동체를 떠난 자립 가족들이다. 그들은 사회에 나가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저축도 하며 나름대로 잘 살아간다. 하지만 컴컴한 방에 매일 홀로 들어서다 보면 결국 외로움의 구덩이에 빠져 또다시 중독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자립 가족들은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컴컴한 방에 땀에 찌든 몸으로 들어서는 게 가장 외롭고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결국, 그들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했던 술과 도박, PC게임, 약물에서 위안을 찾게 된다. 하지만 외로움이라는 병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 자기연민과 비하, 학대, 자살 충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최근에 부쩍 많이 걸려오는 전화를 부드럽게 잘 받아 주지 못했다. 짜증과 화난 목소리로 성의 없이 통화를 끝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후회뿐이다. 전화하기까지 몇 번이나 고민하고 망설였을까. 또 얼마나 어렵게 전화를 했을까. 얼마나 외로웠으면, 얼마나 자신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온 이야기를 하소연하고 싶었으면 전화했을까. 얼마나 공동체에서 새롭게 회복의 삶을 살고 싶다고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면 전화했을까.

성모님의 달을 맞이하여 성모님께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성모님! 이곳 공동체를 찾는 중독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가 어머니의 선한 자식들이오니 부디 당신의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어 중독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은총을 입을 수 있도록 간구해 주소서. 아멘!



조창운 예로니모 수사(그리스도 수도회, 늘푸른자활의집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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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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