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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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그리스도인은 이미 승천한 하늘의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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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으로 오늘 아침을 여셨는지요? 저는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래도록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스테파노 성인처럼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신 예수님을 뵈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이 덜 자란 마음을 주님께서 어여뻐하실 것만 같아, 잠시 설레기도 했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늘, 무엇보다 사랑하는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향한 하느님의 기쁨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창조하시며 매일 매일 “보시기에 좋다”시던 그 세상이 인간들에 의해서 일그러지고 파괴되는 것이 너무도 가슴 아팠던 하느님께서 오늘은 크게 웃으며 안도하셨을 것만 같으니까요. 당신 아들 예수님의 희생으로 세워진 교회를 통해서 상처투성이인 세상이 고쳐지고 치유될 것을 기대하시며 하느님의 마음은 벅차오르셨을 것도 같으니까요.

예수님께서 승천하심으로 세상에는 교회를 통한 하늘길이 환히 열렸습니다. 어느 누구나 하느님의 뜻을 듣고 하느님의 마음을 이해하여 하느님의 시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복된 은총이 선물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성경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승천하시던 그 날,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의심”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고 기록합니다. 기막히고 갑갑한 일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어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한 세상의 불신을 생각하면 쉬이 이해됩니다. 솔직히 처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하여 아기를 낳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목숨을 바치셨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니까요. 그러니 죽어 무덤에 묻힌 예수님이 멀쩡한 몸으로 살아 승천하셨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어지지 않을 겁니다. 때문에 세상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증거’를 요구하여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무어라 똑부러지게 답을 할 수 없으니 난감해지기도 하지요.


그런데요. 우리는 그 진리를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작은 아기로 세상에 오셨고 마침내 우리 죄를 씻어주시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하셨으며 마침내 부활하시어 승천하셨으며 이제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 계심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 깨우침이야말로 성령의 도우심이기에 하느님께서 우리 영혼에 임하셨다는 증거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힘이 그 증거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 땅에서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며 기쁘게 살아가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고백이 성령입니다. 때문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증거를 요구하는 세상에 우리의 복음적 삶이 곧 해답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처럼 손해를 보면서 감사하는,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주며 행복해하는, 져주고 또 전부를 내어주면서도 기뻐하는 천국인의 삶을 살아냄으로써 세상의 우문에 대한 현답을 줄 수가 있음을 깊이 새기게 됩니다.

성경에는 사람들이 예수님께 189개의 질문을 드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는데요. 예수님께서 답하신 것은 겨우 3개에 불과하답니다. 이야말로 세상의 우문에 당신의 삶으로 답을 하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상의 모든 의문은 하느님의 마음과 시선으로 대할 때에 저절로 풀리는 것임을 일깨운 것이라 싶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당신처럼 삶으로 해답을 알려주라는 일깨움이라 믿습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약속을 내 방법으로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주님의 약속을 믿고 묵묵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믿음인은 하느님의 계획을 앞당기려 애쓰지 않고 오로지 순명합니다. 이러고저러고 모자란 남의 삶을 마음에 담지 않습니다. 다만 내 안에 넣어 주신 믿음의 유전자를 잘 키우기 위해서 골몰합니다. 타인이 아닌 내 삶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점검하는 일에 철저합니다. 스스로를 살펴, 원하지 않는 고통도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합니다. 어떤 일에서나 기도하고 인내하며 감내할 힘을 청하고 있는지, 어떤 처지에서나 감사하고 긍정하는 마음을 지녔는지, 숨이 턱에 닿을 만큼 힘든 고통일지라도 믿고 희망하며 사랑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단속합니다.

고통과 슬픔에 젖어 한탄하지 않고 새 날과 새 일을 바라보며 희망하는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인 까닭입니다. 어떤 형편에서도 순명했던 주님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곧 이 땅에서 승천의 삶을 살아가는 비법이며 묘수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주님께서 주신 명령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은 그닥 어렵지가 않습니다. 정말 이뿐일까 싶은 만큼 단순하고 간단합니다. 사랑하고, 더 사랑하고 끝까지 사랑하는 것뿐이니까요. 번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이미 이 땅에서 천국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니까요.


주님께서는 승천하시는 그날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라는 멋지고 대단하고 웅대한 사명을 부여해주셨습니다.

이천 여 년 동안, 이 아름다운 명령을 고스란히 살아낸 교회가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 고귀한 명령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우를 범한다면 하느님의 뜻은 세상에서 잊힐지 모릅니다. 결국 하느님의 뜻은 더디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당신께서 주신 명령을 제대로 살아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명백한 이유입니다. 내가 살아낸 삶이 곧 세상이 던지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며 정답이 되는 것이 하느님께 기쁨을 선물해 주는 최고의 삶이라는 걸 잊지 않기 바랍니다. 제발 하느님의 자녀답게 천국의 법에 예민하여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신속히 반응하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명심하여 이 땅에서 하늘의 지혜를 살아내시길 당부드립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미 승천한 존재임을 깊이 새기시어 이 땅에서 천국인의 품위를 지켜 주시길, 소원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승천인의 긍지와 천국인의 품격을 이 땅에서 살아냄으로 하느님께 큰 웃음을 선물해 드리는 자녀가 되시길, 축원합니다.




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월평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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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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