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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5주일 - 밭을 갈아엎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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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만 신부



언젠가 사목을 하던 본당에서 “더 이상 성당 모임에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한 형제의 볼멘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성당의 주 회합에 나가는 것은 좋지만, 그 모임이 끝나면 늘 2차 주회(酒會)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그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들도 너무 세속적이어서 불만이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여러 종류의 생활이 있다고 하신다. 이 중에서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거나, 애써 듣기는 하지만 곧 세상 관심거리에 밀려 잊어버리는 사람은 결코 신앙생활에서 기쁨의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말씀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오늘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라기 보다는 ‘씨를 받아들이는 밭의 비유’가 더 알맞을 것 같다.

사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좋은 결실을 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 복음에도 좋은 밭은 단지 하나뿐이고 나머지 세 개는 안 좋은 밭으로 나온다. 그만큼 혼탁한 세상에서 올바른 신앙생활을 고수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말이겠지만, 그렇다고 계속 밭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처지가 자기의 탓이 아닌 원래부터 돌밭이거나 길가 혹은 가시덤불 때문에 씨를 뿌려도 싹이 나오질 않는 척박한 환경이라고 하여 신앙생활을 자포자기하고 대충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신앙의 결실을 원한다면 지금 자기를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그 밭을 갈아엎고 씨를 새로 뿌리는 특단의 수단을 취해야 한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환경을 먼저 올바르게 바꿔야 한다는 이 말처럼 우리 생활 주변이 대부분 세상의 재물이나 성공 그리고 정치 등에 대한 관심들로만 가득 찬 사람들뿐이고, 더욱이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세상의 재미나 음주 그리고 오락 등에만 열중하고 있다면 이제 성령께 도움을 청하며 그들과의 관계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떠나야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는 하느님 중심의 생활을 이루어가며 사는 것이 힘들고, 노력하는 만큼 신앙 축복의 열매를 맺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앙생활을 10년 혹은 30년 이상 했음에도 믿음으로 축복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엉터리 신앙의 토양에서 올바른 결실을 기대하는 것이 당치 않은 것이다.

물론 마음을 고쳐 잡고 신앙의 밭을 개간하려고 해도 주변의 상황들이 때로는 두렵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조롱과 멸시 혹은 따돌림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로 인해 사회적인 불이익이 염려되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 때문에 포기하고 그냥 안주할 것이 아니라 좋은 열매를 원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리하면 많은 문제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는 데, 주님은 언제나 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시고 계시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우리가 신앙의 열매를 얻기 위해서 한번은 넘어야 할 과정이고, 그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나쁜 토양을 갈아엎고 신앙의 환경을 바꾸어야만 우리가 아직 세상에 속해있지만 이미 세상과 다른 축복의 삶을 살고 있음에 감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루카 8,15)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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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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