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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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23) 파스카(해방)는 누가 주관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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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카(이스라엘 해방)를 주관하신 분은 누구인가? 하느님 자신이시다. 주님께서 종살이에서 자유의 몸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끌어내셨다.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집트를 탈출하여 홍해를 건너는 구원의 여정을 허락하셨다. 모세는 그 모든 일을 실현함에 있어 그분의 뜻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알리고 이스라엘인들의 입장을 그분께 아뢰는 중개자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다른 말로 모세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었다.

불안에 떠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는 무슨 말로 위로했는가? 이집트를 탈출하여 홍해를 앞에 두고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위기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귀 기울여 의지할 분은 오로지 주님뿐이었다. 모세는 뒤쫓아 오는 파라오의 군사들을 보고 옴짝달싹 못하고 벌벌 떠는 이스라엘에게, 모든 싸움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하고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려워하지들 마라…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 주실 터이니, 너희는 잠자코 있기만 하여라”(14,13-14).

그야말로 공동체 지도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씀이 아닐까?

그렇다. 이스라엘 백성은 막강한 이집트 군사들에 맞서 승리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전쟁을 이끄시는 야훼 하느님께만 의지하고서 그분 친히 이루시는 승리를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탈출사건에서 이스라엘의 일은 단 두 가지뿐이었다. 첫째는 이 전쟁을 주관하시는 분은 이스라엘 자신이 아니라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백성은 그저 그분께서 이루시는 승리를 굳게 믿고 희망하는 일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싸움이 단지 그들 두 민족 간의 싸움이 아니라 약자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시어 그들 편에서 그들을 대신해서 싸워주시는 야훼 하느님의 전쟁이라는 사실을 성서는 거듭하여 강조한다. “새벽녘에 주님께서 불기둥과 구름 기둥에서 이집트 군대를 내려다보시고, 이집트 군대를 혼란에 빠뜨리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이집트 병거들의 바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시어, 병거를 몰기 어렵게 만드셨다. 그러자 이집트인들이 ‘이스라엘을 피해 달아나자. 주님이 그들을 위해서 이집트와 싸우신다’ 하고 말하였다”(14,24-25).

홍해에서 이집트 군대가 괴멸되는 사건, 이로써 이스라엘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승리를 거머쥐는 이 엄청난 사건은 현대적 용어로 막강한 화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원하신 분께서 친히 이루어주신 구원사건이다. 이때 이스라엘 편에서 사용된 도구는 병거나 기병 등이 아니었다. 단지 <모세의 지팡이, 하느님의 천사, 구름 기둥, 거센 샛바람, 좌우 벽이 되어준 물, 불기둥>뿐이었다(14,15-25 참조).

마침내 이스라엘 자손들은 야훼 하느님 친히 마련해주신 승리의 노래를 맘껏 노래하게 된다.

“주님은 전쟁의 용사 그 이름 주님이시다. 파라오의 병거와 군대를 바다에 내던지시니 그 빼어난 군관들이 갈대 바다에 빠졌네”(15,3-4).

이 찬가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 전쟁을 하느님 친히 인류역사 안에서 이룩하신 역사내적 사건인 동시에 천상의 힘으로 이룩해주신 은총의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난 8월 방한 때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이 떠오른다.

“고통 앞에서는 중립이 없다.”

그 옛날 이스라엘인들의 울부짖음을 결코 외면하지 않고 즐겨 들어주신 주님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오늘 우리에게 ‘그늘에서 신음하는 이들에게 다가가라’고 외치신다. 어떻게 가능할까? 올바른 것을 주장하고 실천하려 해도 나 혼자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체험한 사도 바오로는 말한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신교선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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